“계약 환불해도 손해 없어요”… 미분양 늘자 고개 든 ‘확정금’ 분양

시행사 수수료 중개업소와 나누는 ‘MGM’ 마케팅 일환
‘비용 안든다’ 덜컥 계약했다가
미분양 물량 떠안을 가능성 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자 분양현장에서는 ‘확정금 분양’이라는 이름의 파격적인 마케팅 방식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확정금은 분양시장에서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시행사가 중개업소에 주는 수수료를 계약자와 나눠갖는 일종의 ‘MGM(Members Get Members)’ 마케팅 방식의 일환이다. 전문가는 당장은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계약자가 미분양을 떠안는 구조기 때문에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한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MGM 마케팅은 ‘멤버스 겟 멤버스(Members Get Members)’의 약자로,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끌어온다는 의미다. 기존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해 판매하면 기존 고객 또는 기존·신규 고객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새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시행사에서 지급한 현금을 중개업소가 가져가는 식으로 기존에 널리 이용됐다.

최근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등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이 늘어나자 이 중개업소에 제공되던 수수료를 계약자와 나눠갖는 형태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계약자가 받게되는 수수료가 ‘확정금’인 셈이다.

일례로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계약시 확정금 지급되는 오피스텔 사업지’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상담을 의뢰했다. 상담사는 “계약 후 MGM으로 계약금을 돌려 받을 수 있고, 나중에 계약을 취소해도 토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확정금 방식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계약금이 1000만원일 경우 우선 계약금을 지불하면 나중에 MGM 방식으로 계약금만큼 중개업자가 돌려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의해야할 점이 많다고 조언한다. 우선 계약금 중 일부만 MGM으로 돌려받을 경우 나중에 계약을 취소했을 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금이 3000만원인데 1000만원만 MGM 방식으로 받았을 경우 추후에 취소하려면 2000만원의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계약금을 돌려 받았더라도 중도금을 납부한 순간부터는 계약 취소가 어렵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계약금도 안들고 중도금도 잔금때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마케팅 방법도 많은데, 처음에 돈을 들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에 혹했다가 완공 시점에 임대도 안나가고 팔리지도 않을 경우 미분양을 그대로 떠안게 될 수 있다”며 “그렇게되면 수억씩 ‘마이너스 피’를 주고 내놔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중개업자가 ‘MGM 수수료(확정금)를 주겠다’고 해놓고 안 주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별도의 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차일피일 확정금 지급을 미루다 ‘먹튀’하는 경우 구제받을 방법이 많지 않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중간에 중개업자가 수수료를 떼먹는 경우가 꽤 많다”며 “구두로만 오가는 계약이기 때문에 소송해서 받기도 애매한데, 사전에 수수료를 주겠다는 내용의 녹취나 MGM 확약서 같은 것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A씨가 상담을 받은 오피스텔 미분양 물량은 사업지의 주소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은 물건이었는데, 불확실한 물건일수록 더 의심해봐야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물론 계약서를 쓸때는 사업지 주소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전에 사업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입지가 안 좋을 가능성 등 위험이 있다”며 “이유없이 수수료를 많이 주는 미분양 물량은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에 혹해서 들어가면 계약에 대한 책임을 나중에 더 크게 떠안아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