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대]6만원으로 서울 대중교통 '무제한'…장단점은?
'서울 내' 지하철·버스만…시외나 신분당선 불가
4월부터는 인천·김포 광역버스 등 노선 확대
알뜰교통카드 개선하는 국토부 'K-패스'와 경쟁
월 6만2000원으로 서울 내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이달 27일부터 쓸 수 있게 된다. 서울시가 기획해 내놓는 새로운 교통 결제 서비스다. 요금체계가 다른 신분당선과 서울 외 노선은 제한되긴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금액이 큰 시민들이 부담을 줄어들 수 있게 된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5월부터 선보일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사업 'K-패스'와 겹치는 문제가 있다. 국토부는 알뜰교통카드를 업그레이드해 'K-패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경쟁 구도가 된다. 중앙 정부와 서울시가 제각각 독자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용자들의 혼란도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기사: 'K-패스'로 교통비 한달 최대 4만8000원 아낀다 (2023년 8월29일)
'서울 내' 지하철·버스 무제한…신분당선 빼고
서울시가 이달 27일 선보이는 기후동행카드는 6만2000원으로 30일간 대중교통(지하철·버스)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3000원을 더 내면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도 포함된다. 오는 6월말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7월에 본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지역' 지하철과 '서울시 면허' 버스, 따릉이만 가능하다. 서울이 아닌 역에서 하차하려면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다. 예를 들어 종로3가(서울)에 타서 인덕원(경기)에 내리려면 별도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요금체계가 다른 신분당선은 서울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
전구간 이용 가능한 노선은 2·6·8·9호선과 신림선·우이신설선이다. 1호선은 온수~인천, 금천구청~신창, 도봉산~연천 구간이 빠진다. 3호선은 지축~대화 역을 이용할 수 없다. 4호선은 남태령~오이도, 당고개~진접 구간이 제외된다. 5호선은 강일~하남검단산, 7호선은 온수~석남 역이 배제된다. 이밖에도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공항철도, 경춘선의 일부 구간은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다행히도 인천시와 경기도 김포시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오는 4월부터 인천·김포 광역버스와 김포골드라인이 포함된다. 이 경우 이용권 가격은 10만~12만원 선이다. 7월부터는 서울인근 지역 버스 및 경전철, 9월에는 한강 리버버스가 추가될 계획이다.
기후동행카드는 모바일카드(안드로이드)와 실물카드(iOS)로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카드는 '모바일 티머니' 앱을 내려받아 계좌이체로 충전하면 된다. 4월부터는 신한카드로도 충전 가능하며 향후 다른 카드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7월 본사업부터 후불교통카드에 기후동행카드 기능을 탑재하는 걸 검토 중이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1~8호선) 고객안전실 및 역 근처 편의점에서 3000원에 구매한 뒤 '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 구매한 카드를 역사 내 무인충전기에서 충전해 사용하면 된다. 카드 구매 및 충전은 이달 23일부터 가능하다.
'수도권 주민도 서울시민'이라더니…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은 당초 1월1일로 계획됐으나 서울시와 코레일 협의 과정에서 27일로 미뤄졌다. 서울시내 코레일 구간으로는 1호선 일부 구간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경춘선이 있다.
서을시 관계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은 코레일에서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다소 길어지고 있다"며 "현장 혼란을 방지하고자 코레일 의견을 받아들여 날짜를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협의가 미비해 '서울 내' 지하철과 '서울시 면허' 버스로 이용범위가 제한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생활권이 하나여서 기후동행카드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려면 경기, 인천과 통합해야 한다"며 "정기권의 특성은 '많이 타야 이득'이라는 건데 수도권 구간을 이용할 수 없다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속 강조하는 '수도권 주민도 서울시민'이라는 시정 철학에 따라 수도권 대중교통 편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천시, 김포시와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여타 지방자치단체와 적극 협의해 이용 범위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 도입 취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50만명의 시민들이 연간 34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연간 1만3000대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해 3만2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승용차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시민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면서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 것도 모순적"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서 승용차를 타는 게 아니다. 기후동행카드는 원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에게 요금을 깎아주는 것일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운송기관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요금을 인상했지만 요금 인상분의 일부를 활용해 혁신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만들어 시민께 돌려드리고자 함"이라며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할인 혜택을 극대화하고 승용차 수요 전환을 유도해 사회적 편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토부 'K-패스'와 경쟁…서울시민 선택은?
하지만 서울시의 이 사업은 중앙정부의 사업과 경쟁해야 하는 운명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대중교통 환급 지원사업인 'K-패스'를 신규 추진한다고 지난해 8월 밝힌 바 있다.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출금액의 20~53%를 적립해 돌려주는 게 골자다. 현재 이동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알뜰교통카드 사업을 개선·보완한 정책이다. 출발-도착 버튼을 누르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적립도 자동으로 된다. 기존 알뜰교통카드 이용자가 개인정보 전환에 동의만 하면 기존 카드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관련기사: [교통시대]알뜰교통카드, 걸을수록 유리한 교통카드를 아시나요? (2023년 7월10일)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7월 계획이었으나 관련 절차를 조속히 이행해 5월로 당겼다"며 "알뜰교통카드는 4월까지 운영하고 K-패스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통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는 동일하지만 이동거리와 무관하게 지출금액의 일정비율을 돌려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 발표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후동행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K-패스와의 중복 문제가 불거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기자설명회에서 "정책간 선의의 경쟁이 이뤄짐으로써 무엇이 더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할지 판가름날 것"이라며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기후동행카드가 더 많은 편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박상우 장관은 "두 사업의 구체적인 지원방식이 다르고, 주된 이용대상도 K-패스는 중빈도~고빈도 이용자, 기후동행카드는 고빈도~초고빈도 이용자로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상호 조화롭게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유정훈 교수는 "K-패스는 알뜰교통카드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요금을 환급받고, 기후동행카드는 별도 카드를 사야 한다는 점에서 서울시민들은 양자택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경기패스'처럼 K-패스 혜택을 유지하면서 지자체별로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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