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저축으로 친구·가족에 새해 선물… 소외계층 아동의 새해맞이 나눔

조재현 기자 2024. 1. 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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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 ‘저축해서 선물까지’ 첫 실험
아동들 “저축·선물은 처음…뜻깊은 경험”
지난달 29일 김은미(가명)양이 서울 강남구의 한 의류 매장에서 친구에게 선물할 물품을 고르고 있다. /기아대책

“그동안 저축해볼 여유도 없었지만, 친구한테 새해 선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죠. 앞으로는 꼭 매달 저축해서 친구들한테 연말연시마다 선물을 나눠주고 싶어요.”

강원 강릉시에 사는 김은미(19·가명)양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저축한 돈으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말연시 선물을 사주며 이렇게 말했다. 김양은 어떻게 첫 저축으로 연말연시 선물을 줄 수 있게 된 것일까.

미혼모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양은 어머니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단둘이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김양의 큰이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사촌 2명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게 됐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유년 시절 동안 외로움이 컸던 김양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친구 최지민(19·가명)양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웠던 김양은 단짝 친구가 되어준 최양에게 줄 새해 선물도 하나 마련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김양과 같은 저소득 가정과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해 기아대책이 나섰다. 기아대책이 이번에 국내 결연 고등학생 50명을 대상으로 매달 1~2만원씩 저축을 하면 1.5배를 지원해주는 ‘크리스마스 저축 클럽’ 실험을 진행했다. 저축을 통해 연말연시 선물을 사도록 소외 계층을 돕는 사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계가 어려워 저축도 새해 선물도 낯설어하는 소외 계층 아이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기아대책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아동이 저축한 돈으로 자기 자신이나 친구·가족에게 연말연시에 선물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6개월 동안 매달 성실하게 1만원씩 저축하면 15만원을, 2만원씩 저축하면 3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은 계획적인 소비를 어떻게 하는지, 어떤 선물을 주변에 사주면 좋은지에 대한 수업도 매달 열었다. 사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저축과 나눔의 중요성을 함께 깨달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은행에서 김은미(가명)양이 저축해둔 현금을 인출하고 있는 모습. /기아대책

김양도 6개월간 매달 2만원씩 저축해 30만원의 선물 비용을 마련했다. 친구 최양에게는 좌식테이블과 필기구, 옷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김양은 “친구 집에 가보니 일기장을 놓거나 밥을 먹을 테이블조차 없어 좌식테이블이라도 하나 마련해주고 싶었다”며 “평소 지민이와 함께 일기 쓰는 것을 취미로 공유하고 있는데 이런 취미를 같이 이어가고 싶어 첫 선물로 필기구도 함께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도 꾸준히 저축을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가족에게 첫 새해 선물을 한 아동도 있다. 대전 동구에 사는 박유민(19·가명)양은 어머니 문진영(51·가명)씨에게 선물로 패딩과 향수를 선물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양은 부모님이 이혼한 후 오빠 2명,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안면마비 증세로 일감을 구하기 어려워했던 문씨는, 어렵게 찾은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박양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 받은 것도 많았지만 죄송함도 컸는데 이번 기회로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며 “꾸밀 겨를도 없이 새벽 같이 일을 나가 추위에 떠시는 어머니께 패딩 점퍼와 향수가 큰 힘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선물을 받은 문씨도 “아이에게 지난 18년간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아이가 소소하게나마 저축을 해 선물까지 주니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사업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결연 아동들이 성공적인 저축 경험을 통해 재무 역량을 키우고,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것은 물론 자기효능감까지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돼 계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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