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에 이승연이 나올 때 솔직히 '또 무슨 쇼를?'이라는 생각 들었건만
이동건과 이승연에게 가족 예능 제작진이 건네는 위로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가족 예능을 보면 연예인은 삶 자체가 컨텐츠란 생각이 든다. 무탈하니 잘 사는 사람은 오히려 방송 출연 기회가 없으니 요지경 세상이지 뭔가. 가족 리얼리티의 폐해는 일찍이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가 입증한 바 있다. 무려 십여 쌍이나 이혼에 이르지 않았나. 그 뒤를 KBS <살림하는 남자들2>와 SBS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이 질세라 뒤따르기 시작했고. 개인사를 온 국민과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왜들 모르는가. 어쨌든 '뭐 하러 방송에 나와서 저런 걸 보여주며 저런 얘기까지 하는 걸까' 혀를 차며 보는 쪽인데 최근 출연하길 정말 잘 했다, 기꺼이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의 이동건과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의 이승연이다.
배우 이동건이 <미운 우리 새끼>에 나온 것도 뜻밖이었지만 어머니께서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하신 것도 놀라웠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속성이 유리한 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고 따라서 흉잡힐 여지가 많을 텐데, 안 좋은 방향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걸 모르실 리가 없는데 왜 나오셨을까. 그런데 방송을 보니 짐작이 간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나오신 거구나. 그래서 용기를 내셨구나. 이동건 본인도 어떤 식으로든 살 길을 모색해야 되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실은 수년간 힘든 걸 꾹꾹 눌러 가며 내색을 않고 살아왔단다. 자식과도 같았던 동생이 느닷없는 참변을 당하고 그 억울한 마음, 세상에 대한 원망, 회의감, 그런 걸 눌러 참으며 살아왔던 거다. 그러다 결국 한계에 이르고 해묵은 상처를 열어 치료를 받을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 건데 아마도 딸을 위한 결단이지 싶다. 딸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는 살아서는 안 되겠다 생각을 했을 텐데 <미운 우리 새끼>가 시의 적절히 자리를 마련해준 것. 이번 주 방송 예고를 보니 <연예 대상> 대상 수상 뒤풀이 자리에 이동건도 나와 있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즐기는 것도 이동건에겐 약이 되리라. 부디 김종국, 서장훈 같은 심지 굳은 멤버들이 잘 이끌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의 이승연. 기사로만 접했을 때는 솔직히 '또 무슨 쇼를?', 부정적인 마음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 이승연 역시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탈탈 털어가며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옳을 가족사였다. 나이 여든이 훌쩍 넘어서도 철 못 드는 이승연의 부친이 모든 불행의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본인이 초래한 일임에도 아직도 반성을 못 하신다. 잘못을 인정 안 하신다. 반백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친어머니 탓만 하신다. 어린 아이 떼놓고 집나간 못 된 여자라고. 그러면서도 딸을 살뜰하니 잘 거두어준 새 아내에 대한 고마움은 뒷전인 채 여전히 전처에 대한 미련이 가득하다.
이승연이 딸을 낳고 보니 어머니가 더 원망스럽더란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이런 아기를 어떻게 두고 나갈 수가 있지?' 이런 마음인 거 당연하지 않나. 그렇게 너무나 미워서 연락을 끊고 지냈던 친어머니를 이번 방송을 통해 오랜만에 만났다. 알고 보니 과거 딸을 데려가시려고 했다는데, 아버지가 불 같이 화를 내는 통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단다. 어머니의 진정성 있는 사과에, 또 데려가고자 노력하셨다는 말씀에 맺힌 마음이 조금은 풀렸지 싶다. 물론 오랜 세월 묵은 감정이 눈 녹듯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아빠하고 나하고>에 강주은네 가족도 나온다. 강주은의 아버님 영상을 보는데 이승연에게 시청자인 내가 다 미안했다. 아버지라는 허울은 같건만 어쩜 그리 품성이며 처세가 천양지차 다를까. <아빠하고 나하고>의 순기능 중의 하나가 보는 사람을 반성하게 만든다는 거다. 강주은의 아버님을 보며 백일섭 씨가 스스로 반성했다지 않나. 백일섭도 딸과 절연한 상태다. 왜 딸과의 관계가 어긋났는지, 원인이 뭔지 조금은 느끼지 않으셨을까? <아빠하고 나하고>, 어르신들이 많이들 보시면 좋겠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SBS,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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