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물 떠먹이며 “조금만 더! 살아야지!”… 저혈당 노인 살려낸 경찰

문지연 기자 2024. 1. 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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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한 경찰관이 저혈당으로 쓰러진 A씨에게 설탕물을 먹이는 모습.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경찰이 신속한 판단과 응급 대처로 의식 잃은 저혈당 쇼크 환자를 살려내는 순간이 공개됐다. 환자가 고령인 데다 추운 날씨 탓에 일분일초가 다급했던 상황, 침착하게 시민의 생명을 구해낸 모습에 네티즌들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긴박했던 상황은 지난달 20일 오후 2시26분쯤 대전 유성구 원내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술 취한 사람이 계란을 떨어뜨리고 복도서 잠들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현장에서 70대 할아버지 A씨가 9층 복도 난간에 의지한 채 위험하게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지 않고 그가 난간을 힘겹게 붙잡은 채 비틀거렸던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선 신분증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했고 12층인 거주지까지 A씨를 부축했다. 그렇게 집 앞에 도착해 귀가시키려는 그 순간,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린 것이다.

경찰은 A씨 집 현관문을 급히 두드려 보호자를 찾았다. 안에서 나온 A씨 아내는 깜짝 놀라 울먹이며 “술에 취한 게 아니고 저혈당이 있다”고 말했다. 평소 저혈당을 앓고 있던 A씨는 당일 계란을 사러 집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희미해진 의식 탓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그로인해 주취자로 오해받은 상황이었다.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사정을 알게 된 경찰은 빠르게 A씨를 집 안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몸이 불편한 A씨 아내를 대신해 설탕물을 만들어 A씨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이때 상황은 5일 대전경찰청 페이스북에 공개된 경찰관 보디캠 영상에 자세히 담겼다. 경찰은 “우리 어머니도 몸이 안 좋으시네. 알았어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한 뒤, 쓰러진 A씨를 살짝 일으켜 앉힌다.

이어 “조금씩, 조금씩만 마셔보세요!” “넘기세요. 조금만 넘기세요” “천천히 뱉지 마시고, 이거 설탕물이에요”라는 말을 A씨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친다. A씨가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하자 “아저씨 눈 떴다! 조금만 더 마십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경찰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시 경찰은 약 10분간 쉬지 않고 A씨에게 설탕물을 먹였다. 의식이 돌아온 뒤에도 상태 호전을 위해 응급처치를 계속했다. 이후 119 구조대가 도착했고 A씨는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을 완전히 회복해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급대원은 “추운 날씨로 인한 혈관 수축으로 포도당 주입이 어려웠던 상황에 설탕물 응급처치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시 건강을 찾은 A씨는 도움을 준 경찰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출동했던 유성경찰서 진잠파출소 박성인 경감은 “현장에서 급하게 응급조치를 할 때면 혹시라도 나쁜 결과가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면서도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와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부모 같았고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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