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까지 등판, 살얼음판 중동 정세…“작은 오판이 확전 방아쇠 될 수도”
새해 초입부터 중동지역에 일촉즉발의 살얼음판이 펼쳐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중동 내 다른 지역으로 확전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엔 사실상 소탕된 것으로 여겨지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까지 가세해 난맥상을 더하고 있다.
IS 돌아오나…이란 테러 공격 배후 자처
4일(현지시간)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전날 이란 남동부 도시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테러로 인해 최소 84명이 숨지고 280여명이 다쳤는데, 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다.
테러 발생 직후 이란은 그 배후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지목하며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했지만, 결국 IS의 소행으로 가닥이 잡히게 됐다. 이란 정부는 IS의 발표에 대해 현재까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IS의 발표 몇시간 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일대에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IS-K(호라산)은 아프가니스탄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설립을 선언했던 IS는 미국이 주도한 국제연합군은 물론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편에 섰던 이란과 러시아의 격퇴 작전으로 2017년 주요 거점에서 패퇴했다. 특히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IS 확장을 막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민병대를 조직해 맞서 싸우도록 이끈, IS의 ‘주적’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이후 미국 정부는 2019년 “지도상에서 IS를 모두 지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뜩이나 중동 정세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잔인한 테러 공격을 일삼아온 IS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전역의 높은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예상 밖 IS의 ‘등판’으로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IS의 이번 공격이 오랜 적인 이란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의 혼란을 기회 삼아 세를 불리려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앞으로도 준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1051426001
“착오와 우발적 공격이 확전 방아쇠 될 수도”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며 한 때 지역 내 긴장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새해 들어 중동 정세는 오히려 더 ‘시계 제로’ 상황 속에 빠져들고 있다.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강조해온 미군은 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민병대 수장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낮에 이라크 수도를 타격한 것은 그간 이란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온 것과 분명 달라진 기류다. 당장 이라크 정부는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이라크에 주둔해온 미군의 철수 요구가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전까지 백악관은 미군이 준비한 군사 옵션 중 어떤 것도 승인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31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과 교전을 벌인 뒤로 강경 대응 카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외교적·군사적 개입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전쟁 초기까지만 해도 중동 확전을 막겠다는 목표가 전쟁 장기화로 점차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 국경 일대에 한정돼 있던 전쟁이 레바논, 이라크 등 주변국의 심장부인 수도를 타격하는 공격으로 이어지며 확전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홍해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미국의 ‘최후 경고’에도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전쟁이 지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1050839001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051158001
전문가들은 언제든 전쟁이 확대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중동 전문가인 유스트 힐터만은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서열 3위 지도자가 이스라엘에 암살되고, 이튿날인 3일 이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중동 내 다양한 행위자들이 매우 위험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계산 착오와 잘못된 의사소통, 우발적인 공격이 언제든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중동연구소의 란다 슬림 연구원은 “개별적인 암살 사건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이런 사건이 누적되고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하면 누군가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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