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 특식’ 효원고의 작은 기적, 전국으로 뻗어갈까

2024. 1.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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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식당 ‘잔식 기부’ 성공사례…음식쓰레기 줄이고 취약계층 돕고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 급식으로 제공된 랍스터 테일 구이를 식판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이틀 전이었던 지난해 11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점심 급식에 ‘특별한’ 메뉴가 등장했다. 치즈를 듬뿍 얹어 오븐에 구워낸 ‘랍스터 테일 구이’. 토막 난 조각도 아닌 제대로 한 마리 랍스터다. 배식 집게로 랍스터를 집어 드는 학생들의 눈이 신기하다는 듯 반짝인다. 효원고 학생과 교직원 1100여명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이날의 급식은 일명 ‘랍스터 특식’으로 불리며 이후 유명세를 탔다.

학교 급식에 랍스터가 등장한 게 처음은 아니다. 효원고의 랍스터 급식이 정말 ‘특별한’ 이유는 값비싼 식재료라서가 아니라 ‘나눔’과 ‘탄소 절감’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효원고는 2022년 9월부터 급식 후 남은 음식(이하 ‘잔식’)을 주변 취약계층에게 기부했다. 취약계층에겐 양질의 급식 제공(나눔), 학교에는 잔반 처리 비용 절감(탄소 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랍스터 특식이 탄생했다.

효원고의 성공사례는 경기도의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정(2023년 10월)으로 이어졌다. 환경부는 ‘2023년 공공집단급식소 남은 음식물 감량경진대회 최우수상’ 기관으로 효원고를 선정(2023년 12월)했다. 앞으로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랍스터 특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학교 등의 집단급식소에서 음식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거나 개인의 잔반량이 일정 기준 이하를 충족할 경우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효원고 성공사례 전국 확대될까

학교 급식의 ‘잔식 기부’를 고안한 오종민 조원고 행정실장이 지난 1월 2일 기자와 만나 학교 음식물쓰레기 감축에 대한 탄소포인트 지급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송진식 기자



환경부가 2019년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를 보면 국내 일일 생활쓰레기 발생량(5만3490t)의 약 29%에 해당하는 1만5903t이 음식물쓰레기다. 이렇게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매립이나 소각하는 데만 연간 8000억~1조원이 소요된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도 연간 885만t가량으로 추산된다.

2013년부터 전국 모든 지자체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면서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종량제 외 추가적인 쓰레기 감량 해법이 뾰족이 없다는 점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나 퇴비,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하는 방안도 계속 추진 중이지만 속도가 더디다. 국내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수분이 많은 특성상 80%가량이 폐수로 배출돼 막상 재활용량이 많지 않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발병 우려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등도 제한되고 있다.

추가 대책으로 효원고의 성공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음식물쓰레기의 약 10%는 학교나 군부대, 기업이나 관공서 등의 ‘집단급식소’에서 발생한다. 효원고의 경우 잔식을 모두 기부하면서 음식물쓰레기량과 잔반 처리 비용이 각각 40%가량 줄었다. 효원고의 사례를 다른 집단급식소에 접목한다면 유사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발상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실천(탄소중립포인트제)’에 ‘학교 음식물쓰레기 감축’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이 지난해 초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에 접수됐다. 제안자는 효원고의 잔식 기부를 고안한 오종민 조원고 행정실장(당시 효원고 행정실장)이다. 학교가 잔식 기부 등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거나 학생들이 일정 기준(1인당 40g) 이하로 잔반 배출을 줄일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자는 내용이 제안의 골자다.

탄소중립위는 전문가들의 기본·종합 검토를 거쳐 제안의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탄소중립위는 종합검토보고서에서 “효원고의 잔식 기부를 전국 집단급식소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약 388억원의 잔반 처리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며 “이를 통한 폐수 배출이나 악취 문제,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개선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6월 종합검토보고서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탄소중립 유관부처에 전달하고 관련 기술·정책개발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환경부 “긍정 검토 중”, 관건은 ‘예산’

탄소중립포인트제는 국민이 친환경 생활·소비 활동을 할 경우 해당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10개 항목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예컨대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받을 시 1회당 100원,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다회용컵을 이용할 시 1회당 300원, 폐휴대폰 반납 시 1회당 1000원을 지급한다. 연간 최대 7만원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인센티브를 받는 ‘쏠쏠함’이 알려지면서 2022년 제도 시행 첫해 25만명이던 가입자가 최근 110만명까지 늘었다.

환경부도 제안에 긍정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탄소중립포인트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함께 인센티브 지급 대상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집단급식소에서 음식물쓰레기를 감축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인센티브 지급이 예산사업이다 보니 기재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예산이다. 탄소중립포인트제 운영 예산은 2022년 첫해 2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89억원으로 약 3.6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가입자가 급증하고, 인센티브 지급이 늘면서 지난해 11~12월에는 예산 조기 소진을 이유로 신규 회원 가입을 제한하는 등 예산 부족 사태를 겪었다.

올해는 147억7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작년보다 더 늘었다. 회원 가입 급증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또다시 예산이 조기 소진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 음식물쓰레기 감축에 대한 탄소중립포인트 지급 도입은 더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오종민 조원고 행정실장은 “집단급식소의 잔식을 기부하면 탄소 감축과 비용 절감 외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상시 무료급식소 개설 등 여러 복지 차원의 부가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공공기업이나 관공서, 군부대, 일반 기업 등의 구내식당에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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