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核친위대' 로켓군의 배신… 창군 8년만 숙청 대상으로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1. 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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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핵·우주 미래전력 묶어 2016년 로켓군 출범
최신임하던 장관·장군·부대 직접 부패 수술대에
문외한 사령관 부임, '지휘계통 장악 난항' 전망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상장(대장) 진급식에 참석해 왕허우빈(뒷줄 왼쪽) 신임 로켓군 사령원, 쉬시성(뒷줄 오른쪽) 신임 로켓군 정치위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8.01.

핵 전력과 우주 전력을 망라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군 개혁의 상징 대접을 받던 '로켓군'이 창군 8년만에 비리로 얼룩져 최대 숙청대상이 됐다. 로켓군 기강 해이가 향후 수 년 간 시 주석이 전쟁을 결단하는데 실질적으로 부담이 될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 입장에선 로켓군의 배신이라 할 만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6개월 새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을 포함해 무려 15명의 로켓군 관련 군 고위직과 방산 국유기업 수뇌부를 숙청했다고 보도했다. 로켓군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부정부패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 숙청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는 리위차오와 저우야닝 전 로켓군 사령원(대장급) 등 군 수뇌부 9명의 전인대 대표직 파면이 의결됐다. 앞선 27일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에서 류스촨 중국병기공업집단 이사장 등 3명의 방산기업 대표가 날아갔다. 시 주석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이들이 군에서 완전히 방출됐고 동시에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시진핑 軍개혁의 상징 로켓군의 탄생
(베이징 로이터=뉴스1) 박기현 기자 = 지난2022년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 로켓군이 대만 동부 연안의 해역을 향해 재래식 미사일 실험을 모처에서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 주석은 지난 2016년 1월1일을 기해 대규모 인민해방군 개혁을 단행했다. 기존 7대 군구를 5개 전구로 개편하고 로켓군을 창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외에도 인민해방군 최고사령관인 당 중앙위 주석을 겸임한다. 이전까지 로켓전력은 육군 산하 제2포병이 맡아왔는데 최고사령관 권한으로 이를 별도로 분리한 거다.

분리에 그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로켓군에 핵미사일 운용부대는 물론 우주방어부대, 전략핵잠수함부대, 전략폭격기부대를 모두 묶어 안겼다. 핵심 비대칭전력인 핵과 우주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전력을 총망라했다. 그러면서 "로켓군은 중국의 전략적 버팀목이자 안보 수호의 토대"라고 직접 언급, 큰 의미를 부여했다. 로켓군은 단숨에 중국군 현대화의 총아로 떠올랐다.

최근 실종됐었던 리상푸 전 국방부장(장관)도 시 주석이 로켓군 육성을 염두에 두고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시 주석은 충칭대 자동화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항공엔지니어로 군에 발을 들여 시창위성발사센터 사령관 등을 지내며 위성개발에 집중했던 리상푸를 지난해 3월 상장(대장급)으로 승진시키며 국방부장으로 임명했었다.
가장 신임하던 장관·장성·부대, 직접 수술한 習
(싱가포르=뉴스1) 박지혜 기자 = 리상푸 전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해 6월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6.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 로켓군이 시 주석에게 족쇄가 되는 분위기다. 미국에 거주중인 전 중국해군사령부 중령참모 야오청에 따르면 미국 공군대학 중국항공우주연구소가 수개월 전 한 보고서를 냈는데 중국 로켓군의 인사 및 조직구조와 지휘계통, 보급기지 위치까지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위성이나 첩보활동으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정보였다. 로켓군 내부정보가 새나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원이 지난 6월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갑자기 끌려갔다는 소문이 돈 것도 이 즈음이다. 리위차오는 중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사실상 감독해 온 인물로, 시 주석이 가장 신임하는 장성 중 하나다. 그런 핵심 인사가 불시에 제거됐다.

중국과 미국에선 미국에서 유학하던 리위차오 사령관의 아들이 중국의 군사정보를 미국 측에 넘겨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잘 나가던 리위차오 가족의 일탈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리위차오의 낙마에 부패 혐의가 결정타가 된 것은 분명해보인다. 중국이 수십년 간 대규모 핵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자금이 투입됐고, 이 자금이 로켓군 수뇌부엔 부패의 기회가 됐다.

로켓군 숙청의 정점은 리상푸다. 지난 3월 국방부장이 된 리상푸는 로켓군 숙청이 본격화한 8월 말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10월 말 공식 해임된 리상푸의 해임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국 관가에선 리위차오의 군납 부패에 연루됐다는게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시 주석으로서는 군 관련 가장 신임하던 장관과 장성, 그리고 공들여 육성한 부대를 자기 손으로 수술한 셈이 됐다.
'조자룡의 창' 원했는데.. 오히려 불안요소 되나
(베이징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8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 포럼 중 한 참석국가 장교가 핵 가방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휴대하고 있다. 2023.10.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문제는 수술 이후에도 시 주석이 로켓군을 제대로 장악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이다. 시 주석은 새 로켓군 사령원과 정치위원에 왕허우빈 전 해군 부사령관, 쉬시성 전 남부전구 공군 정치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둘 다 로켓군은 처음이다. 우주기술과 핵전력 등 첨단기술이 핵심인 로켓군이다. 충성도가 높고 군에서 잔뼈가 굵다 해도 문외한이 지휘계통을 바로세우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로켓군 내부의 긴장감은 필요 이상으로 높다. 핵이나 우주과학 같은 비대칭 전력이 중시되면서 로켓군 내부에서는 언제든 미국에 관련 전력이 노출돼 비공식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적인 작전 수행 과정에서 받는 압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며, 이 과정에서 일탈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거다.

로켓군 사태가 향후 수 년 간 중국이 실질적인 군사행동에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휘계통 안정화가 그만큼 중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과정에서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보며 시 주석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사정작업이 계속되는 한 대규모 작전을 결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국방대 중국군사연구원 요엘 우트나우 선임위원은 "시 주석이 최근 진행 중인 로켓군 숙청은 그가 인민해방군 부패 척결을 전혀 완료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향후 수 년 내 중국이 전쟁에 나설지 말지를 고민하는데 큰 부담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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