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불안한 일본 원전…시카 원전 주변 방사선량 계측기 15개 고장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한 규모 7.6의 강진 여파로 시카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15곳의 방사선량 계측기가 고장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원전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원전과 관련한 일부 문제들이 계속 드러나면서 현지에선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도쿄신문은 노토반도 서쪽의 시카 원전 주변 지역 15곳의 방사선량 계측기가 고장이 나 방사선량 측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카 원전은 이번 지진의 진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일본 당국은 현재 도로 붕괴로 현장 접근이 어려워 계측기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구 전망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선량 계측기는 원전 사고 발생 시 주민의 실내 대피나 피난 개시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후쿠시마현에 설치된 계측기들이 고장 나 방사선량 파악이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이 오히려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으로 피난해 피폭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진이 발생한 노토반도 인근은 일본 원전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시카 원전(2기)을 비롯해 일본 최대 원전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6기) 등 다수가 몰려 있다. 일본 당국은 지진 발생 후 원전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적지 않은 약점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 원전에서는 앞서 1일 강진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원자로 1호기와 2호기에서 각각 95ℓ, 326ℓ 흘러넘쳤고, 변압기에선 각각 3600ℓ와 3500ℓ의 기름이 샜다. 원자로 1호기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 펌프 가동이 약 40분간 정지됐다.
호쿠리쿠전력은 애초 원전 내 수위 변동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부지 내 수위가 약 3m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고, 원자로 1호기의 바다 쪽에 설치된 약 4m 높이 방조벽도 수㎝ 기운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신문은 “원전이 이번에 버텼다고 해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나”라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큰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맞나”고 지적했다.
시카 원전은 현재 운전 정지 중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70대 남성은 이번 지진 이후 과거 동일본 대지진 때처럼 갑자기 원전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쓰나미 경보를 받고 바로 고지대로 피난갔다”며 “원전에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한시름 놓긴 했지만,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정말 없는지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주민들은 당국이 원전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정보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탈원전을 촉구하는 단체의 회원인 나카가키 타카코(72)는 “원전이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인식이 결여된 것은 아니냐”면서 “작은 이상의 축적이 큰 사고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멈춰 서지 않으면 너무 위험하다”고 호소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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