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태영 약속 지켜라" 최후통첩, 채권단 재소집…김주현 "날짜 많지 않다"

오원석 기자 2024. 1. 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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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출발도 전에 '자구안 삐걱'
태영, 자회사 판 돈 홀딩스 채무상환
산은 "인정 못 해…진정성 보여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최근 PF 대출 부실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과 채권단 사이에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채권단과 협의한 대로 자구 노력을 제대로 이행했다는 태영 측 입장이 나오자, 오늘(5일) 주채권은행이 나서서 '약속과 다르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마저 태영 측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상황입니다.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되면 태영건설은 법정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부분에서 견해가 갈리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채권단, 합의 단계부터 삐걱



태영과 채권단의 갈등은 지난 3일 태영이 채권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 뒤 더 심해진 양상입니다.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채권단에 워크아웃 개시를 도와 달라며 읍소하는 성격의 자리였는데, 오히려 독이 된 셈입니다. 채권단은 이 이유를 태영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은 다시 일어서기 위한 계획, 즉 자구안으로 다음 네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①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 ②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 ③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④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입니다.

이 중에서 현재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활용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애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은 1549억원이 아니라 2062억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태영은 이 돈 중에서 윤재연 블루윈 대표이사 부회장의 지분에 해당하는 513억 원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재연 대표는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차녀로, 태영건설의 경영실패 책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513억 원 마저 태영건설에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채권단의 수 차례 요구에도 태영은 버텼습니다. 대신 태영은 TY홀딩스(1133억원)와 윤세영 회장의 차남 윤석민 2대 회장(416억 원)이 수취한 대금을 더해 1549억 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사진=연합뉴스〉

태영 “890억 원 홀딩스에”…산은 ”안돼”



이같은 합의가 이뤄진 뒤 태영은 1549억 원을 태영건설 지원에 활용했다며 어제(4일)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①400억 원은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지원됐고 ②890억 원은 TY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 상환에 활용했으며 ③나머지 259억 원 역시 태영건설 공사 현장 운영자금 등에 지원했단 내용입니다.

특히, 태영은 890억 원을 TY홀딩스 리테일 채권 상환에 활용한 이유로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TY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발끈했습니다. 이 부분이 TY홀딩스를 위해 쓴 것이지 태영건설 지원은 아니라는 겁니다. 산업은행은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TY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는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비유가 다소 부적절할 수 있지만,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그는 “아들의 빚을 어머니가 집을 팔아 갚아주기로 약속해놓고, 정작 집 판 돈 중 일부를 떼 어머니 자신의 빚을 해결하는데 먼저 쓴 꼴”이라고요.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날짜 많지 않다”



금융당국도 채권단과 같은 입장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TY홀딩스에 자금이 흘러 들어간 건과 관련해 “약속을 했으면 돈이 건설 쪽으로 와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태영건설 살리는 게 목적인데, 태영이 진정성이 있느냐는 질문은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TY홀딩스 연대보증채무 상환액 890억 원은 태영건설 자구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을 재차 확인해준 겁니다.

김 위원장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기업과 채권단이 “밀고 당기는 과정은 불가피하다”라면서도 오는 11일 까지 남은 날짜가 그리 많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채권단이 신뢰할 수 있는 합의사항을 태영 측에 다시 한 번 요구한 겁니다.

산업은행은 오후 2시부터 여의도 본점에서 5대 은행을 비롯한 태영의 주요 채권단을 다시 소집해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은행별로 여신 담당 부행장급과 실무 팀장급이 참석한 회의에서 산업은행은 추가 자구안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권단이 태영 측에 다시 한번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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