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가 보낸 '이주민 버스'에 美 민주당 시장들 골머리

김종훈 기자 2024. 1. 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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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 텍사스 '이주민 버스' 타고 '민주당 시장' 도시로 몰려
지난달 텍사스 주 이글패스를 통해 미국 국경을 넘은 이주민들이 버스에 승차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로이터=뉴스1

이주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뉴욕 시가 17개 버스회사를 상대로 7억800만 달러(931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버스업체들이 텍사스 주에서 실어나르는 이주민들 때문에 재정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뉴욕 시의 주장이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이주민 문제가 주 간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뉴욕 "이주민 3만3600명 몰려 9300억원 재정 손해"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뉴욕 시는 최근 20개월 동안 버스회사들이 실어나른 망명 신청자 3만3600명의 숙식을 지원하는 데 7억80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이번 소송을 통해 버스업체들로부터 비용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측은 버스회사들이 뉴욕 주법을 어겼으므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 주법에 따르면 망명을 신청한 이주민처럼 궁핍한 이를 주로 데려온 경우 그를 그대로 다른 주로 보내야 하고 뉴욕 주에 거주시키려면 그 비용을 데려온 사람이 대야 한다. 버스업체들이 이주민들을 뉴욕에 내려놓고 떠남으로써 이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뉴욕 시의 주장이다.

애덤스 시장은 엑스(옛 트위터)에서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의) 계획에 가담한 이들이 뉴욕 주법을 위반하고 그대로 달아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데려가라' 텍사스의 이주민 버스 정책
갈등은 202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화당 소속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인 애보트 주지사는 멕시코 국경 지대 도시들이 이주민들 때문에 인구밀집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이주민들을 뉴욕, 시카고 등 민주당 정치인들이 이끌고 있는 도시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주민 친화 정책 때문에 생긴 문제인 만큼 민주당 정치인들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이주민 강경 정책을 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이주민 보호 프로토콜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르면 망명 신청자는 망명 심사까지 미국에 들어올 수 없고, 멕시코에서 대기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정책이 "비인간적"이라며 취임과 동시에 폐지했다.
'진퇴양난' 민주당 시장들, "연방정부 지원 필요"
뉴욕 시는 텍사스에서 출발한 이주민 버스가 32시간 전 시에 도착을 통보해야 한다는 규제를 마련했지만, 버스업체들은 뉴저지 주 시코커스에서 하차하는 방식으로 이를 우회했다. 이렇게 하면 업체들은 뉴욕에 도착을 통보할 필요가 없고, 이주민들은 기차로 한 시간 만에 뉴욕 맨하탄까지 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주민들을 넘겨받은 민주당 시장들은 재정 부담을 견디다 못해 백악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NYT는 뉴욕, 시카고뿐 아니라 마이크 존스턴 덴버 시장, 미셀 우 보스턴 시장 등이 거의 매일 톰 페레즈 백악관 대정부업무담당 수석 고문에게 연락해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덴버는 최근 몇 달 간 3만6000만명의 이주민을 받았다. 이중 4100명은 시가 마련한 보호소에 거주 중인데 매일 이보다 많은 수의 이주민들이 새로 도착하고 있다. 보스턴은 이주민들이 지낼 곳이 없어 공항에 캠프를 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존스턴 시장은 "엄마와 6살 딸이 한겨울을 길거리에서 보내도록 놔둘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연 1800만 달러의 부담을 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주민들의) 노동을 허용하고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미국 안보부터 수호하라" 국경 통제 요구
공화당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이 초래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3일 공화당 하원의원 60명과 함께 텍사스 이글패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한 추가 재정지출을 원한다면 미국의 안보를 수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는 없다고 못박은 것.
지난 3일(현지시간) 철조망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이 달리는 모습./로이터=뉴스1


애리조나 주의 앤디 빅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국경을 폐쇄하거나 정부를 폐쇄해야 할 것"이라며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19일까지 교통, 주거, 보훈 등 필수항목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미 연방정부는 셧다운 될 공산이 크다.

이주민 문제는 올해 대선에서도 최대 변수로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 갤럽은 이 같은 지지도가 재선 도전장을 낸 현직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설문에서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민'이 '리더십 부족'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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