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도 피하지 못한 '쇼핑 중독'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1. 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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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소비하고 잊는가.

또 우리가 소비하는 이유는 망각 때문이며, 우리가 물욕의 노비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기자와 그린피스의 소비자 대변인을 지낸 작가 누누 칼러는 한때 쇼핑 중독이었다.

소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운동가로서 활동해온 자신조차 물건을 사는 기쁨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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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이 주는 행복감은
절제와 통장 잔액도 이겨
해법은 '의식적인 비소비'
물욕의 세계 누누 칼러 지음, 마정현 옮김 현암사 펴냄, 1만8800원

우리는 왜 소비하고 잊는가. '망각'에 동그라미를 치자. 또 우리가 소비하는 이유는 망각 때문이며, 우리가 물욕의 노비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기자와 그린피스의 소비자 대변인을 지낸 작가 누누 칼러는 한때 쇼핑 중독이었다. 그는 벼룩시장에서 낡은 탁자를 사면서 깨달았다. 소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운동가로서 활동해온 자신조차 물건을 사는 기쁨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자본주의는 아주 쉽게 환경보호를 이긴다.

이 책은 음식, 패션, 화장품 등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넘치도록 사버리는 많은 물건이 어떻게 사회와 환경과 연결돼 있는지를 소비 심리학을 통해 경고한다. 자신의 처절했던 실패를 고백하면서.

저자는 먼저 도파민의 파도에 맞서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 무의식은 언제나 패배할 준비가 돼 있다. 만약 기분이 좋다면 도파민이 야기한 행복감은 상식과 절제와 통장 잔액을 이긴다. 도파민은 최고의 행복 호르몬으로 우리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된다. 나쁜 예로 도박이 있다. 쇼핑은 즉시 보상받을 수 있기에 중독에 이르기 쉽다. 연구자들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들여다보니 쇼핑을 할 때 대뇌변연계의 측좌핵이 매우 활성화됐다. 보상체계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쇼핑은 '멋진 삶을 구매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의 반절 이상은 충격요법으로 가득하다. 소비할 때 지구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난다. 빈 인근에는 대형 몰 프라이마크가 있다. 단돈 2유로 티셔츠를 파는 옷가게엔 플라스틱 냄새가 진동한다. 옷들은 거의 대부분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아미드로 만들어진다. 폴리에스테르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세탁할 때 거의 모든 옷에서 섬유 조각이 방출되는데, 입자가 매우 작아 거름망을 빠져나가 하천으로 유입된다. 섬유 조각은 사실상 순수한 미세플라스틱이다.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을 바다 생물은 플랑크톤으로 착각해 먹고, 굶어 죽는다. 생선 요리 접시를 통해 우리 입에도 들어온다.

좋은 소비를 향해 떠난 여정은 종착역에 도달한다. 그래서 해결책은 뭘까. 그가 그린피스에서 배운 게 있다. 문제를 생활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의식적인 비소비'를 제안한다. 블랙프라이데이처럼 광적으로 쇼핑하는 날 대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는 얼마든지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저자의 설득을 자각한다면 말이다. "물질이 내적인 공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만 소비는 건강할 수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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