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항’ 시도하다 붙잡힌 코인왕, 최종 목적지는 두바이였다

‘존버킴’’코인왕’으로 불린 MM업자
검찰, 지난해 6월 증거 확보해 입건
두바이 출국해야 한다며 소송냈지만
法 “유죄 가능성, 도피 가능성 있다”

지난달 22일,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자 여러 코인(가상화폐)을 불법 시세조종(MM·Market Making)한 혐의를 받는 일명 코인왕 박모(42)씨가 구속됐다. 구속 혐의는 뒷돈 공여나 사기가 아닌 밀항.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그는 지난 18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밀항을 시도하다 해경에 붙잡혔다. 그의 목적지가 중국일 것이란 추측이 나왔지만 조선비즈 취재 결과, 박씨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도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온라인상에서 ‘존버킴’ ‘코인왕’ 등의 별칭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코인 자산이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그는 한정판 라페라리, 부가티 등 하이퍼카 컬렉션을 과시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산 인물이다. 정체가 알려지지 않아 한때 ‘비트코인 1조 부자’로 불리기도 했다.

해경이 지난달 20일 오전 중국 밀항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박모(42, 왼쪽)씨와 선장 이모씨, 선원 김모씨를 호송하고 있다. /서해해경청

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2월 23일부터 출국금지 상태였던 박씨는 같은 해 6월 법원에 출국금지 연장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9개월 넘게 출국 금지 처분을 했지만 단 한 차례의 출석 요구조차 없는 등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적 목적과 장기 거주 비자 취득을 위해 두바이에 가야 하므로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법원은 “두바이 출국이 허용될 경우 해외 도피 가능성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박씨가 유죄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고 유죄로 인정될 경우 중형 선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출국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두바이에서 장기 거주가 가능한 비자를 취득하려 하는 등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 판단이 내려지자, 박씨는 곧바로 밀항 알선자 등을 찾아 거액을 지급하고 밀항을 시도했다. 그는 중국을 거쳐 두바이로 이동하는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씨는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지난 29일 박씨를 광주지검 해남지청에 송치했다.

박씨는 왜 두바이에 가려 했을까. 법조계 관계자들은 박씨가 보유하고 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인증한 슈퍼카 수십대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부호가 많은 두바이에서 슈퍼카가 불티나게 팔리는 만큼 본인이 보유한 차량을 현금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의 피고인 4명은 1심에서 전부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배임수재·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코인원 전 임원 전모씨와 상장팀장 김모씨에게 각각 징역 4년과 3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이들에게 뒷돈 수십억원을 주고 상장을 청탁한 상장 브로커 고모씨와 황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2년 6개월 형이 내려졌다.

박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온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6월, 코인원 전 상장팀장이자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상장 브로커 황모씨의 메모 등을 확보하면서 박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박씨의 혐의는 사기 및 배임증재. 검찰은 MM업자인 박씨가 브로커를 통해 코인원 직원들에게 뒷돈을 공여하고, 그 대가로 코인이 상장되면 해당 코인을 시세조종 해 수백~수천억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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