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왕좌의 게임 … 이더리움·솔라나·아발란체 '참전'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불어오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6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1억원 돌파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격언이 있듯 ETF 승인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단기 매도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한발 앞서가는 투자자들은 지난해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올해 재현할 후발 가상화폐(코인)를 물색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폴카닷, 코스모스 등 5개 코인이 꼽힌다.
테라·FTX 악재 불구 회복력 보여준 비트코인
지난해 비트코인의 강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2022년 시가총액 10위권 코인이었던 루나의 몰락과 전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은 한때 8000만원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을 2000만원대 초반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난 한 해 150%가 넘게 올라 6000만원대 초반으로 진입했다. 비트코인의 강세 배경에는 전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올해 4월로 예정된 반감기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이슈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80% 가까이 오르는 상승세를 기록한 주요인이다. 가상자산 전문회사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산으로 몇 년간 큰 기대 없이 상장신청서를 제출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블랙록이 전격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연결고리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여기에 미국 법원에서 기존 비트코인 신탁 펀드의 ETF 전환을 검토하라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명령하면서 승인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런 기대감이 비트코인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하지만 ETF 승인 이슈가 해소되면서 시장에 단기 매도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도 높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캐시 우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뉴스에 파는' 방식의 매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크인베스트먼트에서도 ETF 전환이 유력시되는 비트코인 신탁 펀드(GBTC)를 전량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비트코인 이을 유력 코인은
쟁글, 해시드, 코빗, 메사리 등 국내외 가상자산 업체들은 비트코인의 뒤를 이을 코인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의 주요 주자인 플랫폼 코인들을 주목한다. 지난해 시작된 웹3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올해는 게임, 소셜 미디어 등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쟁글에서는 올해 AAA급 대작 게임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생태계 확산에 필수적인 존재가 바로 플랫폼 코인들이다. 그러나 플랫폼 코인의 대표 주자이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지난해 비트코인이 현물 ETF와 반감기라는 두 호재로 강세를 보일 때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더리움이 출시된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머지' 업그레이드를 2021년 9월 완료한 이후 1년 이상 그에 비견되는 기술적 개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솔라나, 아발란체 등 경쟁 플랫폼 코인들이 이더리움 대비 저렴한 수수료와 높은 성능을 내세워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동안 부진했던 이더리움의 성능 개선이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댕크샤딩'을 주 내용으로 하는 덴쿤 업그레이드가 상반기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덴쿤 업그레이드가 이더리움의 실적을 높여줄 핵심 촉매제라고 분석하고 올해 이더리움이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입지를 다시 다지고 시장 점유율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의 경쟁자인 솔라나, 아발란체도 올해 유력 주자로 꼽힌다. 솔라나는 FTX 파산의 직격탄을 맞은 코인으로 2022년 말 1만6000원대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14만원대까지 올라 화려하게 부활했다. FTX 파산의 그림자를 성공적으로 지우고 관련 생태계도 대다수 복원했다는 평가다. 시가총액도 60조원을 넘겨 리플을 제치고 5위에 안착했다. 블록체인 성능 지표 중 하나인 결제완전성에 강점이 있는 아발란체도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9위로 올라섰다.
이 밖에 자체 생태계 구축에 성공한 코스모스, 폴카닷도 올해 주목해야 할 코인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코스모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새로운 트렌드인 모듈화를 주도하는 셀레스티아를 아군으로 포섭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셀레스티아는 지난해 10월 메인넷 가동과 함께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전 세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단숨에 시가총액 40위권에 올라섰다. 폴카닷은 생태계 우군인 아스타가 일본에서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부상하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올해 가장 조심해야 할 악재는 '해킹'
올해 가상자산시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악재는 해킹에 따른 피해가 꼽힌다. 이미 새해 첫날 가상자산의 이동을 지원하는 오르빗 브리지에서 1050억원대에 달하는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테라, FTX의 몰락은 가상자산 산업에 모럴 해저드에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가상자산 발행자에 의한 사기나 배임은 상당 부분 줄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노린 공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을 노린 해킹은 피해 규모가 크고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오르빗 브리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상자산을 모아둔 디지털 금고에는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수천억 원대 자산이 보관돼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이용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려면 디지털 금고가 네트워크에 연결돼 상시 구동돼야 해서 조그만 취약점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바로 공격 대상이 된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커의 소재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대형 해킹 사건이 또 발생한다면 가상자산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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