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미래사업 '바이오'서 가시적 성과 도출…구광모 '뚝심 경영' 빛 본다

장병문 2024. 1.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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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비만증 신약 기술 총 4000억 원 규모로 수출
LG화학 생명과학본부 2023년 사상 첫 연매출 1조 전망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당시 구 회장은 "바이오와 AI가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LG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 찍은 바이오 분야에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오면서 수천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성과를 냈다. LG는 미래 바이오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세포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LG의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있다. 5일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Rhythm Phamaceuticals)와 총 400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에도 성공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수출을 결정한 신약은 희귀비만증(LB54640) 신약으로,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 계약을 이전하는 대신 최대 2억500만 달러(약 2700억 원)을 수령하는 계약으로 선급금으로만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수령하기로 했다. 또 신약 개발이 완료된 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해마다 별도로 수령할 수 있다. LG화학의 신약 개발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은 사례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매출은 ㈜LG 구광모 대표가 부임한 2018년 이후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약 1조2000억 원(시장 전망치)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매출 1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며, 전년 동기 대비로도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LG화학은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미래 혁신 신약 개발의 실행력을 높였다. 아베오는 글로벌 임상개발, 허가, 영업, 마케팅 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LG는 이미 확보하고 있던 바이오 부문의 역량을 바탕으로 공격적 R&D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아베오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울 날개까지 달게 된 셈이다.

◆ 바이오에 미래 방점 찍은 LG, 힘 싣는 구광모 대표

LG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바이오 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R&D 투자를 이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바이오를 LG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LG가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세포치료제와 같은 미래의 혁신 신약을 개발해 암을 정복하고 인류의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신약 개발 과정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주사 대표로서 LG의 미래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구광모 대표도 바이오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구 대표는 2022년 충남 오송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R&D 시설을 찾아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과 개발 현황을 살폈다. 또 지난해에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과 LG화학이 인수한 '아베오(AVEO)'를 방문해 글로벌 톱 티어(Top-tier)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또 전 세계 바이오 기업 및 연구기관이 밀집한 보스턴 지역 소재의 하버드 메디컬 스쿨 연계 항암 연구기관인 다나파버 암 센터와 글로벌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랩센트럴(LabCentral)도 방문에 바이오 분야의 최신 시장 트렌드와 기술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해 보스턴 방문에서 "지금 LG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행을 이어간 도전의 역사"라며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해마다 R&D 투자를 늘려오고 있다. 지난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신약 개발을 위한 R&D에 약 4000억 원(시장 전망치)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지출 규모는 약 33%로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매출 대비 R&D 비용 지출 규모를 해마다 30% 이상을 유지하며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G의 바이오 분야 투자에는 당연히 구 회장(구광모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LG그룹은 끊임없이 미래 메가 트렌드와 부합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합성신약에서 바이오의약품을 거쳐 면역·항암·세포유전자 치료 쪽으로 급격하게 기술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이라며 "이러한 미래 메가 트렌드에 확고한 기반을 둔 기회들을 선점한다면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연구원이 신약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5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총 400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LG화학

◆ 미래 바이오 기술로 불리는 세포치료제 개발 속도

LG는 특히 이제 막 태동하는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미래를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부터 세포치료제를 유망 분야로 점 찍고 관련 R&D를 이어오던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4개팀으로 구성된 '세포치료제 TFT' 조직을 가동하는 등 세포치료제 개발에만 50여 명의 R&D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는 최근 의약품 시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로 연평균 50%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바이오 기술이다. 제3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LG의 바이오 신약 개발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의 다른 제약사들이 주로 도전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방식이 아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고 오랜 시간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LG는 배터리나 OLED를 오랜 기간 공들여 지금의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키워낸 것처럼 바이오 분야에서도 뚝심 있는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국내 제약사 중 드물게 '기초 연구개발, 글로벌 임상, 생산공정, 상업화' 등 신약 개발을 위한 모든 분야의 역량과 국내 제약 기업 중 가장 긴 신약개발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전공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198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로 바이오 연구개발에 도전했다. 200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취득한 경험을 갖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1990년대만 해도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심의하는 기관도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이라며 "새롭게 모든 것을 익혀가며 개발에 매진해 국내 제약 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세포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 등을 전임상 단계에서 자체 개발 중이다.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유망 항암 물질 발굴,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상업화 공정개발 등을 담당하고, 미국시장 임상개발 및 판매 노하우를 갖춘 아베오가 항암 파이프라인 후기 임상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 중이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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