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명단’ 공개, 클린턴·트럼프·마이클 잭슨 이름 담겼다[플랫]
미성년자 성착취 파문으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재판 관련 문건이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뉴욕 법원의 명령에 따라 처음 공개된 943쪽 분량의 40여개 문건에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180여명의 실명과 그들에 대한 광범위한 증언이 담겼다.
빌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영국 앤드류 왕자, 가수 마이클 잭슨,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의 이름이 확인된 가운데 엡스타인과 친분을 맺었던 고위 관료·학자·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파장이 일고 있다.
안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이미 언론을 통해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공개된 앤드류 왕자에 대한 언급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2016년 엡스타인을 고발한 요한나 쇼베르크는 “앤드류 왕자가 2001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서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엡스타인의 또 다른 성착취 피해자인 버지니아 주프레도 미성년자 시절 앤드류 왕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여러번에 걸쳐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앤드류 왕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왕실 직위를 박탈당했다.
쇼베르크는 또 “엡스타인이 ‘클린턴은 젊은 여자들을 좋아한다’고 했다”고도 진술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앞서 2002년 엡스타인의 성착취 피해 여성에게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됐으나 성범죄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해명해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문건에서 50차례 이상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도 등장한다. 쇼베르크는 “엡스타인이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에 있는 트럼프의 카지노 중 한 곳에 들리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자가용 비행기로 함께 여행을 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과 유명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엡스타인의 플로리다주 맨션을 방문했다는 진술도 나온다. 쇼베르크는 카퍼필드를 엡스타인의 디너 파티에서 만났고 그가 마술 트릭을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카퍼필드는 내게 엡스타인이 다른 소녀들을 조달해주는 대가로 그의 소녀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는 카퍼필드가 엡스타인의 범죄행각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문건과 함께 공개된 별개의 녹취록에는 성착취 피해 여성이 헤지펀드 소유주 글렌 더빈, 전 미국 상원의원 조지 미첼, 전 뉴멕시코 주지사 빌 리처드슨 등 이전에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유명인사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엡스타인에게 성착취를 당한 미국 여성 주프레가 2015년 엡스타인의 범죄를 도운 그의 연인 지슬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관련 서류다. 문건에 담긴 엡스타인의 피해자와 재판 참고인, 범죄 연루자의 이름은 재판 과정에서 비공개로 처리됐으나 지난달 뉴욕 지방법원이 공개 명령을 내리며 실명이 드러나게 됐다.
📌[플랫]‘엡스타인 명단’ 공개와 사회적 공감대
다만, 문건에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증명하진 않는다. 문건에 거론된 인물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해 왔다.
앞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도 엡스타인과 수년간 교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인연이 있긴 하나 성범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상당수 인사의 실명이 드러났던 만큼 이번 문건을 통해 새롭게 나오는 정보가 있을 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CNN은 향후 나머지 문건들이 추가로 공개되면 엡스타인과 관련된 전체 200여명의 유명인사들 이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소유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별장과 뉴욕 맨해튼 자택 등으로 각계각층의 유력인사와 지인 등을 초대해 성착취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후 최소 36명의 10대 여성을 인신매매한 혐의로 2019년 7월 수감됐으며, 같은 해 8월 사건과 연루된 이들의 명단 일부가 공개된 다음 날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노정연 기자 dana_f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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