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최동훈 감독 "농부처럼 일해…수확한 쌀 다 판 기분"
"도 닦는 기분으로 1년 반 후반작업…2부는 날 구원해준 작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지난 1년 반 동안 매일 농부처럼 일했어요. 이제야 쌀을 수확하고서 팔고 난 농부의 마음이 드네요."
5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동훈 감독은 영화 '외계+인'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영화는 외계인과 현대인, 고려인들이 고려시대와 현대 서울을 오가며 펼치는 SF 판타지 장르로, 지난 2022년 나온 1부에 이어 오는 10일 2부 개봉을 앞뒀다.
최 감독이 전작 '암살'(2015) 이후 준비한 '외계+인' 연작은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에만 2년 반이 걸렸다. 촬영 기간도 한국 영화 사상 최장인 387일에 달한다. 2부 후반 작업에 1년 반을 또 매달리면서 총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타짜' 때는 후반 작업에 3주가 걸렸다"는 최 감독이 이번 영화에 유독 공을 들인 이유는 1부가 154만여 관객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탓도 있었다.
'범죄의 재구성'(2004)을 시작으로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 등 내놓는 모든 작품을 흥행에 성공시킨 최 감독이 데뷔 후 처음으로 겪은 실패였다.
최 감독은 1부 결과가 나온 뒤 "집 밖에 나가지 말자"고 마음먹기도 했다면서 "이게 영화감독의 운명이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때는 '내가 과연 2부를 할 힘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2부가 잘될 거라는 보장이 전혀 안 된 상황이니까…근데 신기하게도 작품을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내가 영화를 하는 이유는 이게 재밌고 좋아해서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마치 도 닦는 기분으로 작업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2부는 저 자신을 구원해준 작품이에요."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공개된 '외계+인' 2부에서는 최 감독의 이 같은 절치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방대한 세계관을 관객에게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1부와는 달리, 2부에서는 초반부 자막과 함께 1부 줄거리와 세계관을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미스터리로 남은 요소들이 하나둘 풀린다. 액션과 코미디도 한층 힘을 발휘한다.
최 감독은 작업 당시 2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총 150번 넘게 보고 52개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었다.
그는 1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 영화가 매혹적으로 보일지 신경 썼다면 2부에서는 몰입감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계속 반복해서 영화를 본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어요. 작업실에서 편집하고 집에 오면 불을 끈 채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영화를 봤어요. 어디가 걸리거나, 의아하거나, 중복됐다거나, 비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수정을 하러 가는 거예요. '나는 감독이 아니고, 관객이다' 하고 뇌를 속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미 촬영을 끝낸 장면을 다시 찍거나 없던 장면을 추가하고, 대사를 새롭게 넣기도 했다. 2022년 서울에 사는 공무원 민개인(이하늬 분)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재촬영을 통해 나왔다. 최 감독이 이하늬에게 어렵게 사정을 설명했더니 "감독님 저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후반부 액션 시퀀스는 경북 문경의 산골짜기에서 3개월 촬영 끝에 완성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며 웃은 최 감독은 "날씨와 코로나19 때문에 길어진 것도 있지만 마지막 장면이니 잘 찍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찍었다"고 회상했다.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께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극장을 들락거렸다는 최 감독은 군 전역 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을 보고서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 작품에서 지금까지 봐온 영화와는 너무나 다른 개성과 템포를 느끼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였다.
그가 SF 판타지 연작이라는 낯선 장르와 형태의 영화 '외계+인'에 도전한 이유 역시 "섬싱 스페셜(something special)한 것을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암살'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은 '암살 2'를 하라고 하더라"라면서 "근데 그건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지만 '외계+인'이 (당장) 하고 싶던 작품이었다"고 떠올렸다.
"물론 SF와 판타지를 조합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가장 한국적인 SF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외계+인'은 너무너무 재밌는 얘기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한 10년 뒤쯤에 봐도 유치하지 않은 작품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그때 본 사람들이 '저 때 참 좋은 시도를 했구나'라고 평가해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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