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접경지에서 포 쏟아부으며 새해 도발 개시…김정은은 ICBM 공장에

"남북 전방위 압박 의도"…군사력 강화 및 과시로 긴장 고조 이어갈 듯

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해안포 사격'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군은 이날 오전 9~11시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포 200여 발을 사격했다. 2024.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5일 서해 접경지 일대에서 포사격을 단행하며 새해 첫 군사도발에 나서는 동시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장 방문 사실을 알리는 등 국방력 강화 행보와 대남 '대적투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선전성 시위에 집중했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북한은 이같은 기조 하에서 당분간 잦은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11시쯤까지 2시간여 동안 백령도 북쪽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쪽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 이상의 포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은 이번 사격에 주로 해안포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이 쏜 포탄은 서해 '완충구역'에 낙하했다는 점에서 군사도발로 볼 수 있다. 해상 완충구역은 2018년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서해 및 동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설정된 것으로, 이곳에 사격을 할 경우 합의 위반이 된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 2022년 12월6일 강원도 고성·금강 일대에서 해상 완충구역에 사격훈련을 한 것과 그 형태가 유사하다. 당시 북한은 오전 10시쯤부터 방사포탄 추정 90여발을 발사한 데 이어 오후 6시쯤부터 방사포탄 추정 10여발을 더 쏘며 연쇄 도발을 단행했다.

북한의 군사도발은 지난해 12월18일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 '화성-18형' 발사 이후 18일 만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최근 두 번의 도발에 대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화성-18형과 함께 해상적대행위 금지 구역에서 포사격을 단행함으로써 미국과 남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려는 위협을 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신 국장은 이어 "내부적으로는 김씨 일가의 세습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긴장을 통한 결속의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목적으로 추가 도발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방력 강화를 과시하는 행사를 연이어 개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26~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국'으로 재정의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라고 위협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김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화성-18형용 이동식 발사대(TEL)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능력 확대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의 일정은 화성-18형의 개발이 끝나고 이제 양산 체계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하며 한미를 향한 위협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테스트' 중인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지난해 12월30일 북한이 제공한 탄도미사일 중 적어도 1발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도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관련 동향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