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관위원장에 판사 출신 정영환 교수 인선···과거 尹 검찰총장 옹호

문광호·이두리 기자 2024. 1. 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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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2024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인선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징계 회부 등 조치에 절차상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한 위원장과는 2022년 대법관·검찰총장 후보자추천위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때문에 이심전심인 공관위원장을 고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비대위원장과 공관위원장 ‘투톱’이 모두 법조인인 점에 대해 “공천은 선악을 가르는 문제가 아닌데 걱정”이라는 우려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4월10일 총선을 대비하기 위한 공천관리위원장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영환 교수를 내정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 교수는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고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판단으로 우리 국민의힘의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관위원장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 공관위는 위원들을 선임하는 일정이 있을 것”이라며 “위원장하고 협의하지 않고 제가 위원들까지 한꺼번에 지명하는 것보다 같이 협의해서 공정한 공천을 할 수 있는, 도와주실 위원들을 선임하는 절차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강릉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15기)과 해군법무관을 거쳐 1989년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임관해 부산지법,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2000년 모교인 고려대 법대 교수로 부임해 교무처장과 로스쿨 부원장, 공익법률상담소장 등을 지냈다. 한국민사집행법학회 회장과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등으로도 활동한 민사법 분야의 권위자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정 교수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6월 대법관 후보추천위, 그해 8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에서 각각 당연직 위원(한국법학교수회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 역시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후보자추천위에 참여했다.

정 교수는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는 등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 결을 같이 하는 인사로 평가된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심전심이 통하는 인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교수는 2020년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회부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알겠으나 절차상의 문제는 있다”며 “윤 총장의 비위로 거론한 내용이 법적인 근거가 타당한지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할 사안인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5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검수완박이 진정 국민의 뜻인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비정치인인 정 교수 인선은 공관위를 관리형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법원장 후보까지도 갔던 훌륭한 분”이라며 “원래 좀 정치 쪽에는 안 계셨던 분이라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갈 때 공정하게 하실 분”이라고 전했다.

사법연수원 15기에는 국민의힘 인사가 많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김기현 전 대표, 권영세 의원, 곽상도 전 의원,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 등이 모두 사법연수원 15기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판사 출신을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해 공천에서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한 위원장은 검사로 선악 구분만 해왔는데 정치는 더 좋은 사람, 덜 좋은 사람을 가리는 문제”라며 “공천이 얼마나 정말 처절한 문제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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