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지나면 끝”… 금융 당국, 태영 전방위 압박

김보연 기자 2024. 1. 5. 15: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 “주말 넘기지 말라”
태영 “약속 이행했다” 재차 강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가 자구안’ 촉구
산은, 채권자 재소집…태영, 추가안 강구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가운데) 등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자구계획안을 비판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 직후 “이대론 어렵다. 유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태영 측이 이틀째 유의미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날짜(시간)가 많지 않다”며 조속한 추가 자구안 발표를 촉구했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주말을 넘기지 말라. 11일이 지나면 끝”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채권단에 믿음 줘야…시간 없다”

김 위원장은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정도면 워크아웃 한번 해볼 만하다’라는 판단이 들 수 있는 그런 (자구)안을 빨리 제시해 줬으면 하는 게 채권단의 바람이다”라며 태영 측이 빠른 시일 내 추가 자구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정말 태영건설을 살릴 의사가 있는 건지, 앞으로도 꾸준히 살릴 것인지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1월 11일까지 날짜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김 위원장까지 나서 태영을 겨눈 것은 채권단이 자구안을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태영 측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전날 이 원장이 나서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며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 등 대주주 일가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날을 세웠음에도 태영건설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이 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전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 전제 조건인 첫 번째 자구안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이행해 태영건설 채무를 상환했다고만 재차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을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며 400억원은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공사대금으로, 890억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TY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상환에 썼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채권단의 입장을 모아 낸 보도자료에서 “태영그룹의 주장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으로 연대보증 채무를 상환해 TY홀딩스의 위험을 줄이는 것은 TY홀딩스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태영건설의 채권자를 포함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추가 사재 출연 압박도

금융 당국은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했다는 484억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더 급한 (빚을 갚는) 쪽으로 거의 소진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라며 “그나마 쓴 것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가 가진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빼돌린 것)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들을 채권단에서 갖고 있다”고 했다.

태영 측이 밝힌 사재출연액 484억원 중 416억원이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태영인더스티리를 매각한 대금인데, 이 자금을 제외하면 추가 사재 출연 규모가 68억원에 불과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이 밝힌 우발 채무가 2조5000억원 수준인 만큼 사재 출연 규모가 3000억원가량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추가 사재 출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태영건설을 법정관리로 내몰 수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채권단도, 당국도 진정성 없는 자구안을 절대 받아들일 의향이 없다”며 “유의미한 사재 출연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산은은 이날 오후 2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들을 모아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 자구안에 대한 평가 및 수용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경 기조 속에 태영 측도 추가 자구안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다음 주 주채권단인 은행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