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고려거란전쟁, 2024년 한반도와 다르지 않은 이유
지난해 11월부터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로 제작됐다. 드라마는 강조의 반란으로 목종이 폐위되고 현종이 즉위하는 정치적 혼란기의 고려를 당시 동북아 패권국 거란이 침공하면서 시작된다.
권신 김치양과 목종의 어머니 천추태후의 목종 폐위 음모는 궁중 암투를 넘어 고려를 흔들었고 이에 반발한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는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강조의 반란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고려-거란 관계를 뒤흔든 대사건이었다.
당시 동북아의 패권국 거란에게 고려의 혼란과 왕의 시해 그리고 현종의 즉위는 개입의 명분을 주었고 거란 황제 성종의 40만 대군이 압록강을 넘으면서 전쟁은 시작된다.
당시 동북아에는 거란이 발해를 정복하고 중국의 연운 16주를 병합하면서 강대국으로 발돋움했고 한반도를 통일한 고려, 중국을 통일한 북송이 주요 국가들로 있었다. 고려, 거란, 북송의 3국은 세력균형을 이루었는데 고려와 북송은 강력한 거란을 억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고,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거란이 일으킨 전쟁이 고려‧거란 전쟁이었다.
거란은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고 북송을 정복하기 위해 먼저 눈엣가시 같던 고려를 상대로 정복 전쟁을 시작했으나 외교관 서희, 강감찬 장군 등 뛰어난 인재들에게 막혀 대패했고, 귀주대첩 승리 이후 고려는 200년 '평화 시대'를 열었다.
신냉전이 시작된 오늘날의 상황도 고려-거란 전쟁기 동북아처럼 매우 복잡하다.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분단 70년을 넘어섰고, 지정학적으로 북·중·러 대륙세력과 한·미·일 해양세력이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매우 평화로운 상태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 국제정치에서 한반도는 동북아 화약고로 여겨지고 있고 북한은 여전히 전쟁 위협과 핵무기,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미중 패권경쟁 시대로 들어서면서 한반도 상황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안보와 경제에서 의존보다는 대립의 관계 즉 디커플링 관계로 나아가고 있고,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영토의 야욕을 드러내며 미국 패권의 쇠퇴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팽창정책은 대국굴기(大國崛起)를 내세우며 군사적, 경제적 패권국을 꿈꾸고 있고 '한한령'과 전랑외교를 통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한중관계도 점차 디커플링이 되고 있다. 지난 2005년대 이후 한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었으나 2023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18년 만에 미국으로 바뀌었다.
현대 자동차는 미국 수출 증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반면 중국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지난 3년간 대중 수출에서 30%를 차지하던 반도체와 IT는 부진해 중국 수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안미경중' 즉 안보에서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에서 안보와 경제를 모두 미국과 함께하는 전략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중 패권경쟁은 한미일 동맹이라는 새로운 동맹을 낳았다. 지난 문재인 정부 한일관계는 아베 정부에서의 '위안부' 인식 문제를 비롯한 규제조치와 반도체 제재로 말미암아 상호불신과 갈등상태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함께 하는 가치동맹을 추구했고 한일관계 개선을 실현했다. 그 결과 한일 정부 간 관계는 북한 미사일 정보교류,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 공동 참여하는 등 안보 분야에서 전례 없이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24년 1월 1일 진도 7.6의 노토반도 대지진이 발생하며 다시 한 번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토 야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바로 지진 방송이었다.
일본은 방송에서 독도를 일본 자국 영토로 표기하여 한국의 영토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였고 한미일 동맹을 외치는 와중에도 독도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았고 꼼수를 통해 분쟁지역화하고 있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독도에 대한 야망에 대해 당당한 외교로 승부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승만 라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독도와 주변 해역을 대한민국의 관할해역으로 편입하여 영토주권을 지켰고 그 전통이 지금도 내려오고 있다.
고려‧거란 전쟁에서 서희가 거란 사령관 소손녕에게 강동 6주를 얻은 것은 원칙과 전략을 통한 고려 외교의 승리였다. 그러나 왜 한일관계에서는 일본은 요구하는 것은 모두 취하고 한국의 요구는 무시당해야 하는가? 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원칙과 전략이 없는 대일외교이기 때문이 아닐까?
동맹국의 영토를 무단으로 자국 영토로 표기하여 동맹국의 영토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는 세상 어느 곳에 존재하는가? 정말 일본다운 꼼수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원칙과 전략이라는 무기를 통해 독도 주권을 대내외에 표방해야 하며 고려‧거란 전쟁의 서희와 강감찬처럼 원칙과 전략을 통해 일본을 제압해야 한다. 그것이 독도를 지키고 한국의 영토주권을 보전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국가의 원칙이 무너지면 법과 질서가 사라지고 끝내 조금씩 무너지게 되며 무질서와 무원칙 그리고 무법천지가 되게 된다. 따라서 집권자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독도 문제도 섣부른 외교대응보다는 원칙과 전략을 기반으로 한 당당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신욱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동북아 인문사회연구소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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