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정치 부추기나"…선 넘은 '이재명 이송 논쟁'에 비판 봇물
"본질 호도, 여론 분열 시도하나" 지역 야권 일제히 비판
정치학계도 "피습 사태 불러온 한국 정치 문제에 집중해야"
부산에서 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서울로 이송한 결정을 두고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비판성 논평을 낸 데 대해 부산지역 정치권과 학계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권이 공격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편 가르기, 증오 정치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4일 오후 김병근 부대변인 명의로 '더불어민주당에 부산과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를 당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빠른 쾌유를 빈다"면서도, "피습 이후 병원 이송 과정이 아쉽다"며 이 대표를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한 결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논평은 이 대표가 최초 이송된 부산대병원이 실력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환자가 치료할 곳을 선택할 자유는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선택은 지역 의료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부산과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를 민주당에 당부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는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논평이다. 동시에 일부 언론이나 의료계가 아닌, 정당 차원에서 '이송 논쟁'에 뛰어든 첫 사례다.
이를 두고 부산지역 야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이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여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서은숙 위원장은 5일 오전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사들이 그런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정당에서 이런 논평을 내는 건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부추기려는 것이다.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본질에 집중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권부터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앞장서서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본질을 흐려서 다른 것을 얻으려는 의도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부산시당 이성한 대변인도 "정당이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했냐는 문제로 논평을 내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하다. 이재명 대표가 건강을 회복한 이후에 해도 충분히 될 문제"라며 "거대 양당 중심으로 증오와 혐오, 막말 정치가 벌어진 상황에서 시민들을 통합하기보다 분열시키는 효과를 불러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습 사건의 원인에 집중하거나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정치권이 가져야 할 자세다. 정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정치권이 다 같이 반성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당 부산시당 역시 5일 오후 논평에서 "상해나 폭행을 넘어 살해를 시도한 초유의 야당 대표 피습사태였다"며 "참사를 피한 지금 기준으로 당시 상황을 소급 적용해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국민의힘의 입장은 유감"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립정치로 인해 피습 사건이 벌어진 상황에서 그 과정에 있었던 일들마저 극한의 정치대결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정치학계 역시 습격을 당한 야당 대표가 병상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는 '이송 논쟁'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디서 치료받을지 문제는 환자와 가족의 문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논쟁 프레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범인이 이런 행동을 하게 한 한국 정치의 본질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선거 문화가 들어와야 하는지가 공론장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 분열과 양극화 담론을 던진 주체인 '뉴라이트'의 등장과 '87 체제'의 지속, 경쟁을 부추기는 경마식 보도 등의 문제점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면서, "정치권과 언론이 '이송 논쟁'처럼 자극적인 이슈만 양산한다면 남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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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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