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이선균 유서 보도 ‘허위’ 논란 일자 삭제

박강수 기자 2024. 1.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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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씨 유족의 동의 없이 유서 내용을 공개해 보도 윤리 위반 논란을 빚은 티브이(TV)조선이 해당 기사를 돌연 삭제했다.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은 공익적 가치가 거의 없는 이씨 유서 내용을 무리하게 공개한 티브이조선의 보도 행위 자체는 물론 일방적인 기사 삭제 조처도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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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윤리 위반 넘어 허위 논란까지
소속사 “기자 고소했다” 밝힌 다음날
삭제된 “[단독]‘이것밖에 방법이 없어’…‘거짓말 조사’ 자청” 기사 페이지. 티브이조선 갈무리

배우 이선균씨 유족의 동의 없이 유서 내용을 공개해 보도 윤리 위반 논란을 빚은 티브이(TV)조선이 해당 기사를 돌연 삭제했다. 기사 삭제 시점은 이씨 소속사 쪽에서 허위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며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기사의 수정·삭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직후다. 실제로 해당 기사를 보도한 티브이조선 기자는 최근 이씨 소속사로부터 고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티브이조선은 이씨가 남긴 유서 내용을 담은 “[단독]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거짓말 조사’ 자청” 제목의 기사와 관련 영상을 지난 4일 오후 온라인에서 모두 내렸다. 이 매체는 지난달 27일 밤 ‘뉴스9’에서 이 기사를 통해 이씨가 아내와 소속사 대표에게 메모 형식으로 된 유서를 남겼다며 그 내용 일부를 “알려졌다” 형식으로 소개했다.

보도 직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선 “직접 취재한 것도 아닌 전해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유서 공개는 ‘자살보도 윤리강령’ 위반”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으나, 이미 많은 매체가 티브이조선을 언급하며 유서 내용을 받아쓴 뒤였다.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윤리강령과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등에선 고인과 유족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유서 관련 보도를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보도 윤리 위반 논란에 이어 티브이조선이 전언 형식으로 소개한 유서 내용 등이 허위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씨의 소속사인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오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 12월27일 밤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매체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보도 시점과 고소 대상 등 정황을 종합했을 때 티브이조선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소속사는 “수사가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모든 취재에 응할 수는 없었다”며 “이러한 가운데 출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된 모든 기사 및 온라인상에 게재된 모든 게시물에 대해서 수정 및 삭제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티브이조선이 기사 삭제 조처를 내린 건 이씨 소속사가 공식 입장을 발표한 다음날이다. 티브이조선은 삭제된 기사페이지는 물론 고객센터 공지사항 게시판에도 기사를 삭제한 이유 및 배경과 관련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은 공익적 가치가 거의 없는 이씨 유서 내용을 무리하게 공개한 티브이조선의 보도 행위 자체는 물론 일방적인 기사 삭제 조처도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진단했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는 “(티브이조선이) 사실을 보도한 것이라 해도 공익성이 없는 보도를 한 것이며,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면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소송 당했다고 아무런 해명 없이 기사를 내린 것도 독자에 대한 윤리를 저버린 무책임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냈던 양홍석 변호사는 “언론사가 취재하면서 뉴스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 있을 텐데, 기사를 그대로 두지 않고 지웠다는 것은 스스로 보도 근거가 빈약했음을 자인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티브이조선은 기사 삭제 배경과 사실관계 확인 과정, 소속사의 고소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한겨레 질의에 “온라인 기사를 삭제한 건 소속사 쪽의 요청, 불행한 사건과 관련한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 측면이 있다”며 “고소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더 이상 밝히기 어렵다”는 문자메시지 답변을 보내왔다.

박강수 최성진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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