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없는 산천어축제 가능할까···동물·환경단체들이 화천군청 몰려간 까닭
“화천군은 산천어 축제의 ‘동물학대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동물권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올해 산천어축제가 시작되는 6일 강원 화천군청 앞에서 동물학대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축제라는 명목으로 이뤄져온 동물학대를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등 37개 단체는 6일 오후 화천군청 앞에서 ‘산천어 맨손 잡기’ 프로그램과 바다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생사료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5일 밝혔다. 회견에는 동물을위한행동, 동물해방물결 등 동물권단체와 불교환경연대, 생태보전시민모임, 시셰퍼드코리아 등의 환경단체 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사전 보도자료에서 “시민사회는 지난 3년간 고통을 느끼는 어류를 윤리적으로 대우할 것을 화천군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화천군은 무응답, 무변화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특히 화천산천어축제의 문제적 프로그램 ‘산천어 맨손 잡기’는 산천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죽기 전까지 공포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잔혹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동물학대가 허용되는 분위기로 인해 평소에는 동물을 함부로 하지 않던 사람들조차도 산천어를 쥐고, 던지고, 내리치고, 방치하면서 학대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오직 화천 산천어 축제를 위해 인공 번식으로 태어나 양식장에서 길러진 60만마리의 산천어는 고작 3주 동안 어떠한 존엄도 없이 인간의 손맛과 입맛을 위해 죽어 나간다”며 “축제가 열리는 상수원보호구역 ‘화천천’은 얼음 경도 강화를 위한 ‘수중 제초’와 겹겹으로 된 ‘물막이 공사’로 토종어류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천을 찾아온 이들에게는 살생의 추억을 남기고, 강은 황폐화되고 오염시키는 행사가 지금의 지금의 산천어 축제”라고 덧붙였다.
주로 동물권·환경단체로 이뤄진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2020년 최문순 화천군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산천어가 축제에서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근거로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산천어를 놀잇감으로 이용하며 최대한의 고통을 준 다음 먹는 게 문제”라며 “화천군은 자신들이 동물 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동물 학대를 ‘장려’하고 있음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양식어류로 여는 축제다 보니 생사료 사용으로 인해 바다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양식된 산천어를 기르는 과정에서 어린 물고기로 만든 생사료를 사용하면서 남획과 개체 수 감소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논리로 동물학대 행위를 덮어버릴 순 없다”며 “당장 내년에 이상고온으로 축제를 개최하지 못한다면 화천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축제 하나로 먹고 산다’는 말이 화천군에서 회자되는 것에서 이 축제 하나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만든 화천 행정의 무책임을 본다”고 덧붙였다.
동물권·환경단체들은 6일 회견에서 ‘맨손잡기 프로그램 즉각 중단’과 ‘산천어를 경품으로 주는 행위 중단’, ‘양식어류를 이용한 얼음낚시 프로그램 규모 점진적 감소 및 장기적 완전 중단’ 등을 화천군에 촉구할 예정이다.
화천군 산천어축제는 2003년 시작됐으며 2020년에는 축제장 얼음이 얼지 않으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축제가 열리지 못했다. 올해 산천어축제는 6일부터 28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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