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법안 통과율 29%의 의미 [김동원 쓴소리 곧은 소리]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입력 2024. 1. 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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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 국회 통과율은 61%…거야 힘자랑에 ‘민생’ 해결하기 어려워
행정 공무원의 헌신 요구되는데 윤 정부는 800명 공무원 포상 돌연 취소

(시사저널=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우리 경제는 고물가 속에서도 이중의 거품 붕괴, 대외적으로는 지난 20년간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와 대내적으로는 성장률 1%대에서 양극화로 인한 내수의 거품 붕괴로 자영업자 신용위기와 부동산 PF 부실 위험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민생의 어려움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으며, 많은 국민이 정부의 구원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민생'을 9차례 언급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임을 약속했다. 또 지난해 12월26일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도 윤 대통령은 "특히 늘 현장에 민생이 있다는 자세로 현장을 수시로 찾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도록 더욱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가 민생을 돌보는 데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헌신이 중요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This Country Will police 'Shrinkflation' at the supermarket", 지난해 12월21일자)은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 인상 대신 용량 축소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을 단속하는 정부가 있다며 한국 정부를 주목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정부는 물가 앙등으로부터 민생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민생을 돌보는 데 일선 공무원들의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올해처럼 총선이라는 정치 폭풍이 몰아치는 구조에서는 과연 공무원들이 민생을 돌보는 데 얼마나 집중력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3년 12월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WSJ, 물가 단속 나선 한국 정부에 주목

김진표 국회의장은 신년사에서 "국민의 손으로 대립과 반목의 시대를 끝내고 국민 통합의 시대를 열어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정치에 손을 들고 국민에게 해결을 앙청하는 모습이다. 과연 4월 총선으로 국민 통합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 후 더욱 치열한 정치폭풍이 예상된다. 총선에서 현 정부의 정책 수행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은 한국갤럽(지난해 12월8일) 35%, 중앙일보 39%, 경향신문 36%인 반면, 현 정권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한국갤럽 51%, 중앙일보 53%, 경향신문 54%로 나타났다(한겨레, '정권 견제론 우세, 새해 민심', 1월1일자).

4월 총선의 결과가 여하간에 총선 후 새로운 정치 구도하에서 국정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면, 그것은 지나친 낙관일 것이다. 총선 결과는 정치적 갈등의 종착점이 아니라 2027년 3월 대통령선거를 향한 보수와 진보 세력의 사생결단 대립과 갈등의 시작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제3당이 어느 정도 의석수를 확보한다면, 정치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정부의 국정 추진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 얼마나 진전을 보았는가? 법제처 정부입법지원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래 작년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 법안 총 363건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106건으로 29.2%이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법안 통과율 61.4%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거대 야당은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없도록 입법을 봉쇄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도 의석의 반을 넘는 거대 야당이 계속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개혁은 고사하고 식물정부로 끝날 수밖을 없을 것이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습니다"라고 정면대결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한 민생은 올해 바야흐로 정치폭풍 앞에 놓여있다.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민생을 제도적으로 돌볼 수 없다. 결국 민생이 의지할 데는 공무원밖에 없다. 그러면 과연 윤석열 정부는 공무원들이 민생을 돌보는 데 헌신하도록 격려하고 있는가? JTBC 뉴스('공무원 포상 갑자기 취소'. 지난해 12월29일)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선정 40여 개 부처 우수공무원 800여 명에 대한 포상을 돌연 취소했다. 이유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한 만큼 1월에서 4월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추진한 만큼 윤 정부의 정책 수행평가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포상을 취소했다고 알려졌다. 이러면서도 현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3개월 만에 장관 물러난 선거용 개각의 부작용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폐지를 추진했던 책임으로 인해 정권교체로 가장 진통을 많이 겪은 대표적인 부처라고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산업부 장관인 이창양 장관이 1년4개월(2022.5.12~2023.9.19)여 만에 물러나고 후임으로 취임한 방문규 장관은 불과 3개월 만에 총선 차출로 또 물러날 예정이며, 이미 후임 장관이 지명되었다. 이런 여건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장기 산업 정책을 제대로 고민하고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가 산업부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4월 총선이 끝나면, 국정은 또 격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총선으로 드러난 국민의 선택을 반영하기 위한 국정 쇄신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에 따른 개각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또 인사 폭풍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차하면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올 한 해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속담에 "산은 높고, 황제는 멀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황제가 백성들을 잘 보살피는 선정을 펼치고자 해도 황제는 산 너머 멀리 있고 백성의 민생은 관리들에게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속담을 역으로 해석하면, 산이 높고 황제가 어떠해도 관리들이 민생을 제대로 보살피면 그것으로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의 태풍이 몰아쳐도 공무원들이 민생의 보호자로서 오직 민생에 집중하고 헌신하면 국민의 생활은 평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치폭풍 속에 어려운 민생이 의지할 곳은 공무원들의 헌신밖에 없다. 과욕일지라도 정치폭풍이 몰아칠 올해에는 이런 바람이 절실하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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