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한동훈도 누른 이관섭 비서실장, 이번엔 직접 나서 이재명 공격'[애널라이즈 정치]

이성대 기자 2024. 1. 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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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탈탈 털었다" "이재명 방탄" '쌍특검' 정국서 거침없는 발언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50억 클럽 특검 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 목적입니다…도이치모터스 특검은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 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입니다.”

대통령실이 5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을 속전속결로 행사했습니다. 전날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지 하루만입니다.

오늘(5일) 입장 발표엔 이례적으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지난 1일 신임 비서실장으로 업무를 시작한뒤 첫 공개 브리핑을 했는데, 공교롭게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쌍특검 거부권에 대한 내용입니다.

윤 대통령, '쌍특검법' 국회에 재의 요구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법'의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z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서실장이 직접 말씀드리는게 윤석열 대통령 뜻을 제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 실장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어지는 '김건희 특검' 정국에서 여권 입장을 강경 모드로 엮어내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건희 특검' 총대 멘 이관섭, 한동훈도 눌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신분이었지만, 여당의 유력한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시점이라 '특검 조건부 수용'을 시사한게 아니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여권 안에선 야당의 특검 추천과 수사 결과 브리핑 등 이른바 '독소조항'을 제외하면 총선 이후 실시할 수 있다는 중재안도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며칠뒤 대통령실에서 “특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이 나오면서 기류가 급변합니다. 지난달 24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직접 KBS에 출연해 “저희들 입장은 총선을 겨냥해서 어떤 흠집 내기를 위한 그런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2024년 신년 인사회 국민 의례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부터), 정우택 국회 부의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등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4.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특검법과 관련 대통령실 고위급의 공개 입장이 처음 나온건데, 이 인사가 바로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정책실장입니다. 여야가 대립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홍보수석이나 정무수석이 아닌 정책실장이 답변을 내놓은 셈입니다.

이를 계기로 여권내 '조건부 수용론'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실제 이날 이후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김건희 특검법' 등이 “총선용 악법”이란 비판은 이어갔으나 “법 앞에 예외는 없다”는 말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거침없는 이관섭, '스텔스' 김대기와 비교


이관섭 실장은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국회에서 쌍특검법이 통과된 날입니다.

이 실장은 초대 국정기획 수석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30일 신설된 정책실장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승진 기용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비서실장으로 옮겼습니다.

여권 주변에선 파격적인 인사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초대 김대기 비서실장 체제가 더 유지될거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대기 실장이 갑자기 바뀐데는 이관섭 실장이 쌍특검법을 둘러싼 여권내 흐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관섭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전임 김대기 체제와 비교되는건 존재감입니다. 김 전 실장은 평소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비서는 말이 없다'는 지론을 가진걸로 알려져 '스텔스'처럼 조용하단 평도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이 언론 앞에 선것도 임기 시작한지 두달이 넘은 2022년 7월 24일입니다. 당시 대통령실 기자실은 찾은 김 전 실장은 첫 마디로 “저 누군지 아세요? 하도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라며 자학개그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 실장은 취임한지 5일만인 오늘(5일) 공개 브리핑에 나서 특검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실장은 전임인 김 전 실장과 같은 관료 출신이지만, 여느 관료 출신과 달리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 나옵니다. 국정기획수석 시절부터 그립이 강하고 정무적 판단을 주도해 '왕 수석'으로 불렸습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이 실장이 용산 대통령실의 신데렐라처럼 상승하고 있다”(시사저널)는 말이 나오는걸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이관섭 비서실장 임명장 수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실장 및 사이버특보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i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명 방탄 특검” 비서실장이 직접 야당 공격


이 실장은 이날 “50억 클럽 특검법은 이재명 대표 방탄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제1야당 대표를 정면 비판하는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거명하지 않은채 “친야 성향 특검 통해 한창 진행중인 검찰 수사 훼방하여 오히려 실체적 진실규명과 거리가 먼 결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2년간 탈탈 털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대신 김건희 여사 이름은 언급하지않고 “도이치모터스 특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이 취임하자마자 특검 정국의 최전선에 나서면서, 앞으로 총선 정국에서 역할과 존재감이 더 커질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특검법을 거부하는것도 모자라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직접 나서 야당 대표를 공격하는건 현 정부가 얼마나 후안무치한지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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