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이래서 독보적 '대상' 배우 "쇼트커트, 내 제안"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김태리(33)가 '대상' 기운을 품고 영화 '외계+인' 2부로 컴백, 새해에도 독보적인 질주를 예고했다.
김태리는 지난해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악귀'로 '2023 S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 화려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6년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혜성처럼 데뷔한 뒤 단 8년 만에 '대상 배우'로 거듭난 김태리. 30대 여배우들 중 가히 톱클래스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는 '외계+인' 2부(감독/각본 최동훈)로 그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는 10일 극장가에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지며,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의 문을 활짝 열었다.
'외계+인' 2부에서 김태리는 1부(2022)에 이어 이안 캐릭터로 열연했다. 이안은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현대에서 과거로 넘어와 홀로 외롭게 성장한 인물.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손에 넣고 헤어진 썬더(김우빈, 가드 역)를 찾아 현재로 돌아가려 한다. 2부에선 반드시 지구 멸망을 막고 모든 사람을 구하려는 단단한 용기와 의지가 돋보인 바, 김태리의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반할 수밖에 없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탄생됐다. 복합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얼치기 도사 무륵 역의 류준열과 찰떡 케미, 강렬한 액션 연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극을 꽉 채운 김태리다.
김태리는 4일 진행된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1년 반 만에 '외계+인' 2부를 선보이는 벅찬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공들인 만큼의 결과물이 나왔다. 관객의 마음으로 개봉을 진짜 오래 기다렸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다. 우선 1부를 보지 않았더라도 즐길 수 있게 나온 부분이 놀라웠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엔딩 시퀀스다. 음악이 정말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사실 저는 조금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왜냐하면 제가 표현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았다. 일단 이별이 있었고, 옆에선 농담을 하고 있고, 또 저는 깜짝 놀라기도 해야 하고 그러다가 또다시 감정을 잡아야 하고 긴장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그랬다. 이런 게 어려웠는데 영화를 보니 그 음악과 함께 감정들이 다 잘 드러나서 연출의 힘이지 않나 싶었다"라고 최동훈 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153만 관객 수, '외계+인' 1부가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2부로 만회를 노린다. 김태리는 "모두가 그때 (흥행 참패) 분석을 하고 계셨을 거다. 과연 무엇 때문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고, 2부는 어떤 방식으로 인사를 드려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부와 2부가 함께 개봉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1부에서 너무 많은 미스터리가 있었고 해소되지 못한 것에 대한 관객분들의 아쉬움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분석이었다. 특히나 이번 2편이 모든 걸 충족시키는 재밌는 흐름 속에서 흥미롭게 풀어 나간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그는 "'외계+인' 2부는 1부를 보지 않고도 충분히 풍덩 뛰어들 수 있을 만치 친절하게 어느 정도 설명이 되어 있다. 전편을 안 봐서 2부를 보는 게 주저되는 분들이라도 쉽게 따라가며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2부만의 매력은 당연히 점점 풀려나가는 비밀들이지 않을까 싶다. 곳곳에 숨어 있는 반전들도 관전 포인트다. 복선들을 다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한 건데 관객분들에게 이 복선이 잘 먹혔을까 궁금하고 기대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김태리는 생동감 넘치는 CG 효과 퀄리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기차가 뒤집어지는 장면은 출연한 저도 어느 부분이 실사인지, CG인지 모를 정도로 완벽하더라. 진짜로 찍은 것과 CG가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마지막 전투신에서 거대한 철조물이 넘어지는 장면은 실제로 원샷 원킬로 촬영된 거다. 폭탄이 터지는 것도 실제로 해야 했던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외계인과 기차가 달리는 공간은 CG였는데 알고 봐도 진짜처럼 느껴졌다. 영화가 정말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더불어 김태리는 "(이)하늬 언니, (염)정아 언니 등 우리 영화에 나온 여배우들의 코미디를 진짜 사랑한다. 코미디는 정점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정말 물 흐르듯이 나왔다. 최동훈 감독님의 연출력과 섞였을 때 그 시너지가 정말 좋았다"라고 작품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였다.
세계적인 연출자 박찬욱 감독도 인정한 '외계+인' 2부다.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님도 영화를 굉장히 잘 보신 거 같다. 2시간 남짓 시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인물의 모든 상황과 설명을 조화롭게 엔딩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힘은 정말 최동훈 감독님만의 큰 성취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고난도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외계+인' 2부의 볼거리를 극대화한 김태리. 그는 액션 도전에 대해 "운동을 엄청나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몸을 쓰는 걸 좋아한다. 액션을 위해 무술 감독님과 얘기를 엄청 많이 하고 초반에 연습도 많이 했다. 액션스쿨에 가서 기본 운동들을 하고 그랬다. 저는 그냥 액션 자체가 재밌다기보다는 몸을 어떤 식으로 쓰느냐에 따라서 감정이 다르게 보이는 게 재밌더라.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각 인물들마다 액션 스타일이 다 다르다. 관찰이 재밌는 경험이라는 것도 배우고, '외계+인'은 정말 많은 걸 배운 현장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2018년 신인 시절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를 함께했던 류준열에 대해선 남다른 애정을 표출했다.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 때와 다르 게 저희가 훨씬 친해졌다. 물론, 오빠는 더 멋있는 배우가 되어 돌아왔다"라고 재회 소감을 밝히며 "제가 '외계+인' 첫 촬영 때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류)준열 오빠는 제 '외계+인' 촬영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준 사람 중에 한 명이지 않을까 싶다. 제가 오빠에게 무슨 도움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한 작품을 함께한 동료가 같이 있다는 사실에 의지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외계+인'에서 이안이 그랬듯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이 일은 동지가 진짜 필요한 작업이다"라고 동료애를 강조했다.
충무로 최고의 스토리텔러,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김태리는 "감독님이 저희 배우들에게 해준 그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모든 배우를 짝사랑하셨다고. 이렇게나 사랑하면서 작품을 만드셨다는 게 느껴져서 그 말을 듣는데 좋더라. 감독님 덕분에 영화라는 것을 훨씬 애정 어리게 대하게 됐다.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 이 사람이 얼마나 이 작업을 사랑하고,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고,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함께하는 저도 그 속에 들어앉아 제대로 기능할 수 있기만을 바라게 된다. 이 사람의 즐거운 놀이를 잘 끝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저도 모르게 감독님께 스며들었던 것 같다. 영화 자체의 낭만, 최동훈 감독님의 낭만, 자세들을 배웠다.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눴다는 게 참 좋았다"라고 한결 달라진 태도를 엿보게 했다.
김태리는 거듭 "'외계+인' 현장은 진짜 특별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행복했던 촬영장이었다. 제가 원래 사랑에 대해 잘 몰랐다. 근데 '외계+인'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계속 복기를 해보다가 내린 결론인데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걸 깨닫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게 연인 간 사랑 말고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 않나.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하는 동지들과 진심으로 서로 아끼고 애정하고 그런 것들을 주고받으며 그걸 처음으로 느낀 거다. 다른 현장도 당연히 그런 순간이 있었겠지만 '아' 하고 깨달은 건 처음인 그런 현장이었다. 동지 의식을 느끼며 이분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자체가 저한테는 큰 축복이었고 '외계+인'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광스러운 대상 트로피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김태리는 "예전엔 상을 받으면 뭔가 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나는 그저 있었을 뿐, 모든 사람이 만들어주신 결과로 내가 받는 상', 진짜 내 건 아니라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포함해서, 작품을 함께 만든 모든 사람의 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컬래버레이션을 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서, 또 이를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셨고. 그렇게 해서 받을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라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김)은희 작가님도 정말정말 좋아하셨다. 작가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굉장히 믿어주셨다"라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매 작품 인생작을 경신하며 탄탄대로 톱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김태리. 독보적인 커리어의 비결을 묻는 말에 그는 "겸손이 아니라 정말이지 타이밍 덕이 큰 거 같다. 어떤 순간들이 있지 않나. 감독님, 작가님이 지금 쓰고 있는 캐릭터가 제가 할 수 있을 만한 이미지이고 또 마침 그때 제가 작품을 고르고 있을 때라든가. 이런 타이밍이 잘 맞아떨졌던 거 같다"라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김태리는 "부담감은 작품에 들어가면 확실히 느끼는 거 같고, 그 이상의 부담감은 없다. 저는 이 순간을 사는 스타일인지라. 지금 하는 것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언제부터인가 생겼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그런 부담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고, 그걸 이겨내어 (작품을 통해) 최선의 나를 드리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라고 대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의 품격을 보여줬다.
쇼트커트 길이로 머리를 과감히 자른 이유도 tvN 새 드라마 '정년이' 때문이었다. 김태리의 못 말리는 연기 열정은 새해에도 변함없이 뜨겁게 불타오른다. 그는 "제가 먼저 쇼트커트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저는 너무 자르고 싶었지만 소속사와의 조율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회사는 광고라든가 이미지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까. 협의의 시간을 거쳤는데 소속사가 그 기간을 최대한 지지부진 끌고 가더라(웃음). 결국에는 제가 원하는 길이까지 와서 만족스럽다. 다만 더 빨리 잘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촬영을 아직 시작 안 했더라도 캐릭터에 맞게 변화를 주면 생활감에서 오는 바이브가 있으니까. 확실히 머리가 짧아지니까 행동이 더 털털해지는 게 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을 가장 우선시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할 거다"라고 열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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