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가스 ‘인스파이어’에서 만난 동방신기 20년 [여기 힙해]
“불꽃은 밝게 타오르게 마지막이 찬란한 노을처럼.”
지난 31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가 ‘라이징선’으로 콘서트 ‘20&2′의 문을 열었습니다. ‘마딛는 우유’를 부르던 풋풋한 10대 소년들은 어느덧 수트가 더 잘 어울리는 멋진 30대 남성이 됐습니다. 리더 유노윤호는 “갓난아이였던 동방신기가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고 성인식을 치르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방신기는 2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을 히트곡 28곡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세련된 매력의 ‘주문’, 극강 카리스마의 ‘왜’, 성숙한 섹시미의 ‘운명’부터 웨스턴 영화를 연상시키는 ‘로데오’까지. ‘풍선’을 부를 때는 이들의 상징색인 빨간색 풍선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2000년대에 10~20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가슴 속에 동방신기 한 명쯤은 품고 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시절 모든 소녀들은 ‘카시오페아(팬클럽)’였습니다.
동방신기 20주년 콘서트가 열린 곳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국내 최초 다목적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입니다. 지난달 2일 문을 연 이후 MMA·태민 콘서트 등 ‘K팝’ 공연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공연장이 부족했던 국내대중음악계에 반가운 일입니다. 실내 대기가 가능해 추운 겨울 밖에서 떨지 않아도 된다며 팬들이 기뻐하더라고요.
동방신기는 ‘국내 최초’라는 호칭이 누구보다 잘 어울립니다. 도쿄돔 공연 30회, 전 일본 돔 89회 등 일본에서 ‘해외 아티스트 도쿄돔 및 전국 돔 최다 공연’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K팝 가수 중 유일하게 일본 최대 규모 공연장인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한 바 있습니다. 이 기록은 6년 만에 걸그룹 ‘트와이스’가 올해 7월 닛산 스타디움 무대에 오르면서 깨지게 됩니다.
콘서트가 열린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복합 문화 공간인 ‘인스파이어 몰’에서는 동방신기 데뷔 20주년 및 신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TVXQ! EXHIBITION [20&2]’ 특별 전시회가 이달 6일까지 개최 중입니다.
약 300평 규모의 특별 전시장에서 미공개 영상과 사진, 무대 의상, 손으로 고친 가사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최강창민 코너에 걸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볼 때는 그가 맨유의 팬이라는 것이 기억나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동방신기 20년을 부모의 육아일기처럼 모아 전시해 놓은 공간을 보면서 ‘20년 근속 한 회사를 다닌 이들을 위한 SM의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신규 앨범 뮤직비디오 촬영장을 재현한 특별 전시 코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페셜 한정 굿즈 매장도 운영됩니다.
지난 26일 발매된 동방신기 정규 9집 ‘20&2′는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전 세계 11개 지역 1위, 국내 음반 차트인 한터차트 일간 1위, 일본 레코초쿠 데일리 앨범 랭킹 1위,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QQ뮤직과 쿠고우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 1위를 등극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타이틀곡 ‘Rebel’도 강렬한 드럼 비트와 무게감 넘치는 신스 베이스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댄스 곡으로 동방신기표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단체 군무 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를 위해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방문하신 분들이라면 주변 몰을 시간 내 둘러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현재 마이클 조던 스테이크 하우스, 브라세리 1783, 가든 팜 카페 등이 문을 열었지만, 제가 관심있게 본 것은 실내 복도 ‘오로라 스트리트’ 입니다. 총 길이 150m, 높이 25m에 이르는 천장과 벽면, 거대한 기둥을 뒤덮은 초고화질 LED 스크린 위에 구현되는 초현실적인 비주얼이 화려하고 멋지더라고요. 에스컬레이터 배경으로 쏟아지는 폭포 영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방신기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을 맞이해 한국관광공사와의 협업을 진행, 지난 27일부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미디어파사드는 동방신기의 상징색인 붉은 색과 한국방문의 해의 로고인 갓 문양이 어우러진 영상으로, 이달 29일까지 일몰 이후 매시간 30분에 10분간 송출됩니다.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동방신기는 어느덧 30대 K팝 한류스타가 됐습니다. 그들의 팬인 카시오페아도 소녀에서 숙녀로 성숙했습니다. 20년 뒤에 이들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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