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상황' 문자에 "혹시 몰라 보따리 싸"…연평도 '초긴장'(종합)

북한, 서해 포 사격에 우리 군 대응사격 예고
서해5도 여객선 통제·조업 나갔던 선박 대피

5일 오후 2시께 북한이 연평도와 백령도 해상 인근에 포사격을 실시해 연평도에 방문한 관광객과 주민들이 대피소에 모여있다.(독자제공) ⓒ News1 이시명 기자

(인천=뉴스1) 강남주 박소영 이시명 기자 = 5일 북한의 포 사격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포 사격이 예정되면서 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주민 중에선 대피가 오래될 것에 대비해 짐을 싸는 등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인천시와 옹진군 등에 따르면 연평면, 백령·대청면은 각각 이날 낮 12시, 오후1시부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 보냈다.

‘대피 방송’은 북한이 먼저 서해안에 포 사격을 가하자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다.

북한군은 이날 오전 9~11시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포 200여 발을 사격했다.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해 오후 3시 대응 사격을 실시할 예정이다.

군은 연평면 등에 "북 해안포 사격에 따라 우리 군은 오늘 오후 해상사격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인천시도 군의 요청을 받고 오후 1시22분쯤 '실제상황'이라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재난문자를 보냈다. 인천항과 서해5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현재 모두 통제되고 있으며 조업을 나갔던 선박 6척은 오후 2시쯤 대피를 마쳤다.

'대피 방송'이 나오자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잦았던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김영식씨(73)는 "대피방송을 듣자마자 2010년 ‘북한 포격도발’ 때 대피소에 며칠간 머물렀던 상황이 생생히 떠올랐다"며 "일부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보따리에 짐을 한가득 싸고 대피한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김중배(75) 연평이장협의회장 "한동안 잠잠하다 5년만에 마을에 대피방송이 떨어졌다"며 "북한에서 포격도발을 한 소식이 뒤늦게 전해져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북한과 불과 10㎞ 거리인 연평도에선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99년 6월15일, 2002년 6월29일 제1, 2차 연평해전이 발발해 총 6명의 군인이 전사했으며 26명이 부상했다.

2007년 남북이 10·4공동선언을 통해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에 합의한 이후 평화모드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3월26일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을 받은 천안함이 침몰, 46명이 희생되고 구조 과정에서 1명이 순직했다. 8개월 후인 2010년 11월23일에는 북한이 대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부상 16명)했다.

inam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