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2024년인 듯 2024년 아닌 거꾸로 가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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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사람 생각의 성장은 수십년 전에 멈춰있는 듯하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커터칼로 피습한 가해자한테서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망치 피습사건, 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주먹 가격 사건, 이명박(2007년)·노무현(2002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당한 계란 투척 사건 등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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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사람 생각의 성장은 수십년 전에 멈춰있는 듯하다. 사람의 정신적 연식을 측정할 수 있는 AI기계가 있다고 가늠해보자. 필시 사용자들 사이엔 이런 대화가 오갈 것이다. "당신은 몇 년 입니까?" "1961년 입니다" "당시 5·16군사정변이 있었죠". 이런 대화도 가능하다. "난 1980년이더군" "그해는 12·12가…." 물론 2002년 한·일 월드컵, 1988년 서울 올림픽과 같은 밝은 내용의 대화도 할 수 있다.
정신적 연식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다. 40대 젊은이가 1990년대를, 60·70대 어르신이 2024년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상상은 여기까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방문 중 괴한으로부터 흉기로 습격을 당한 사건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체적으로는 나와 성향이 다른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왜곡된 정치문화가 테러를 불러왔다는 게 중론이다. 증오정치의 역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해자의 언행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공감한다. 그의 언행에는 폭력의 논리가 흐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인 김모씨는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전 남긴 글에는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 윤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재명이 당 대표로 나오면서 거대 야당 민주당이 이재명 살리기에 올인하는 형국이 됐다'는 취지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은 정치세력 및 정치인을 악의 축으로 보고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한 셈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폭력의 논리는 과거 사례도 동일하게 관통한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커터칼로 피습한 가해자한테서 확인할 수 있다. 가해자인 지충호 씨는 범행 이전부터 한나라당은 보호감호소 제도를 만든 나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또 지 씨는 당시 법원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장기간 형무소 생활 등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큰 사건을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작년 12월 연설 중인 한나라당 K의원의 멱살을 잡았으나 별다른 처벌 없이 경찰에서 풀려나 더 큰 사건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 당초부터 자신의 사적·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유력 정치인에게 테러를 가할 의도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슬프게도 이런 폭력성은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망치 피습사건, 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주먹 가격 사건, 이명박(2007년)·노무현(2002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당한 계란 투척 사건 등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시대는 변하지만 정치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시대 역주행의 물줄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탓이다. 과거 정치보다 증오의 언어와 극단적인 정쟁이 난무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문화는 점점 더 심화된다. 이제 분열의 정치 문화를 합의의 정치문화로 바꿔나가는 모습들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잠재된 '외로운 늑대'들이 언제 출몰할 지 모른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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