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세영보다 더 이런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으랴(계약결혼뎐')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4. 1. 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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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에는 도화살과 화개살이란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살이 있다.

도화와 화개는 그 매력을 발산하는 방식이 상반된다.

하지만 주인공 박연우(이세영)의 매력은 사실 멜로의 화개에 가깝다.

이처럼 이세영은 한 드라마 안에서 코믹과 멜로, 도화와 화개의 매력을 넘나들며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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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는 도화살, 멜로는 화개살...‘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이세영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사주에는 도화살과 화개살이란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살이 있다. 도화와 화개는 그 매력을 발산하는 방식이 상반된다. 도화는 발랄하거나 화려하거나 귀여워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매력이다. 드라마로 따지면 로맨틱코미디의 통통 튀는 여주인공 같은 매력이 도화에 가깝다. 반면 화개는 밝은 기운을 덮는 우울한 매력이다. 그렇기에 뭔가 사연 있고 안타까워 보이는 느낌이 화개다. 혹은 그 사람만의 숨은 무언가가 있는 듯 느껴지는 것 역시 화개다. 그렇기에 화개는 멜로물의 처연한 여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살이 아닐까 한다. 또 처음부터 모든 매력이 드러나는 도화와 달리 화개는 숨겨진 매력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MBC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기본 틀은 퓨전사극과 전통적인 로맨틱코미디의 퓨전에 가깝다. 조선시대 비련의 열녀 박연우(이세영)가 현재로 와 전생의 남편이자 SH그룹의 잠재적 후계자 강태하(배인혁)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드라마 초반에는 조선으로 타임워프한 박연우의 코믹한 모습이 드라마의 주요 사건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박연우(이세영)의 매력은 사실 멜로의 화개에 가깝다. 박연우는 슬픔이 많은 주인공이고, 박연우의 눈물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종종 당찬 모습으로 그의 적들인 강상모(천호진), 민혜숙(진경)과 맞서기도 한다. 보면 볼수록 숨겨져 있던 매력이 드러나는 화개의 주인공인 것이다.

배우 이세영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박연우가 지닌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이세영은 또래의 젊은 여배우처럼 로맨틱코미디의 통통 튀는 매력을 잘 소화한다. 극 초반 박연우가 강태호, 강태민(유선호)과 서로 틱틱거리며 주고받는 상황극을 그녀는 유쾌하게 소화해냈다. 특이 이세영은 살짝 우울해 보이는 얼굴로 코믹한 장면을 그려내 아이러니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세영 연기는 캐릭터의 감정선이 깊어질 때 특히 더 빛을 발한다. 이 배우가 전작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다. 뭔가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소화할 때 이 배우만의 사연 있는 표정과 감정 연기가 더욱 주목받는다. KBS <법대로 사랑하라>처럼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물에서는 이세영만의 도드라진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역시 흔한 로맨틱코미디의 전개에서 벗어난 스토리는 아니다. 주인공의 위기와 그 위기를 도와주는 재벌 주인공. 그리고 사연 많은 재벌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여주인공의 지혜. 익숙한 설정이지만 주인공 박연우는 로맨스와 코믹, 멜로를 넘나드는 재질이기에 이세영만의 매력을 보여줄 여지가 많다. 특히 아무 대사 없이 그렁그렁한 눈빛만으로 박연우의 감정을 보여줄 때 흔한 드라마가 한순간에 깊은 감정을 지닌 멜로물의 장면으로 바뀐다. 만약 이런 감정을 잘 그려내지 못하는 배우가 주인공이었다면 드라마는 그 미묘한 멜로의 감정선들이 모두 밋밋하게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이세영은 한 드라마 안에서 코믹과 멜로, 도화와 화개의 매력을 넘나들며 연기한다. 사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전개는 평범하거나 약간 유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여겨지는데, 그건 주인공의 탁월한 감정 연기와 그에 어울리는 호흡을 보여주는 강태하 역의 배인혁, 또 천호진, 진경, 조복래, 이준혁 등 주조연 배우들의 고른 호연 덕분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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