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망령 부활하나…중동 혼란 틈타 이란 공격한 의도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초래한 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거점에서 패퇴한지 오래된 IS가 중동 내 혼란을 기회 삼아 조직 재건과 영향력 과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IS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전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테러로 최소 84명이 숨지고 28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이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IS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를 인용해 두 명의 IS 대원이 폭발물 조끼를 입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했으나, 결국 IS의 소행으로 가닥이 잡히게 됐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했던 IS는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을 틈타 세력을 키웠다. 시리아 정부의 무기고와 정유시설을 점령해 무기와 자금을 확보한 IS는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설립을 선언했다.
IS가 잇단 테러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자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은 물론, 시리아 내전에서 바사르 알아사드 정부의 편에 선 이란과 러시아도 IS 격퇴에 나섰다. 특히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IS 확장을 막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민병대를 조직해 맞서 싸우도록 이끈, IS의 ‘주적’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2019년 3월 지도상에서 IS를 모두 지웠다고 선언했지만, 근거지를 상실한 IS가 게릴라 전술로 재건을 모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2021년 탈레반이 귀환하자 대테러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이 IS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이란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의 배후로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지목하고 있다. 안보 컨설팅기업 수판그룹의 테러 전문가 콜린 클라크는 “IS-K가 그동안 이란 내 목표물 공격에 대한 의도와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며 “ISIS-K는 이란을 공격하기를 원한다. 이란은 가장 중요한 시아파 세력이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전문가 애런 젤린도 로이터통신에 IS-K가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극단주의 수니파 테러 조직인 IS는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하는 탓에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적대적이다. 2017년 6월에는 이란 테헤란의 의회(마즐리스) 의원회관과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 침입, 총격을 가해 민간인 18명을 살해하는 대규모 테러를 벌였고, 2020년에도 이란 시라즈의 샤체라크 영묘에서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10여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당시에도 이란 당국은 IS-K를 배후로 지목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중심으로 보면 IS와 이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IS는 같은 수니파 계열의 무장정파 하마스에 우호적이고, 이란은 하마스의 가장 큰 후원 세력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방부 관리로 일했던 믹 멀로이는 “가자지구의 분쟁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슬림의 단합된 지지가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IS의 이번 이란 공격은 시기적으로 이상하긴 하다”고 NYT에 말했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의식한 듯 IS는 이날 성명에서 하마스를 향해 “시아파 단체와 협력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전쟁 국면에서 이란, 헤즈볼라 등 시아파 진영의 후원을 받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IS의 이번 공격 의도가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국가의 관계를 이간질해서 갈등을 부추기거나 더 큰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랜 적인 이란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평화연구소는 “IS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넘어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등지로 지부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다른 극단주의 무장단체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는 IS는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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