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경해진 채권단 “태영, 워크아웃의 원칙이해 못해···정상화 작업 실패시 모든 책임 져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는 태영그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태영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다시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60) 등 사주 일가가 “제 살은 깎지 않으면서 도와달라고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이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5일 태영그룹의 전날 보도자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태영건설이 지난 12월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2062억원(주식 양도소득세 제외) 중 티와이홀딩스(1133억원)와 윤 회장(416억원) 지분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으나 659억원만 태영건설에 대여했다”고 밝혔다.
태영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에서 윤 회장 동생인 윤재연 블루원 부회장(58) 몫인 513억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고, 남은 1549억원 중 지난 12월29일에 400억원, 지난 3일에 259억원 등 659억원만 태영건설에 대여했다. 나머지 890억원은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 변제에 썼다. 전날 보도자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채권단과 약속한 대로 모두 태영건설 지원에 썼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태영의 주장에 대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 변제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티와이홀딩스가 당초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이익에 써서 태영건설 투자자와 채권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태영이 당초 확약한 1549억원이 아닌 659억원만 지원하면서 태영건설의 자금 사정은 매우 취약해졌다”면서 “(현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자들은 아직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은 890억원을 즉시 지원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채권단과 같은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 측이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 후 취재진에게 “태영그룹과 채권단 간 상호 신뢰 형성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밀고 당기는 과정은 불가피하지만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 (태영이) 워크아웃을 한 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할 만한 안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게 채권단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태영 측과 대화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태영 측이 신청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개시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오는 11일에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금액 기준으로 75%의 동의가 있으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의결한다.
그럼에도 태영 측은 태영건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태영 관계자는 이날 채권단 입장문이 나온 후 기자에게 “어제 낸 보도자료 외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태영은 지난 12월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3일 취재진에게 태영 측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뿐 아니라 블루원 지분에 대해서도 태영건설이 아닌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변제에 사용하겠다며 말을 바꿨다며 “약속한 4가지 중 2가지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 등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핵심계열사인 SBS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태영 측은 사주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을 지키기가 어려워져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한 의미가 없고, SBS 지분 매각도 현행법상 어렵다며 논의에서 제외했다.
일각에서는 태영 측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고서도 채권단을 만족시키는 자구안을 내놓 못하고 있는 이유로 태영그룹 사주 일가 내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세영 창업회장(91)과 윤 회장·윤재연 부회장 간에 입장 차 때문에 시장이 신뢰할 만한 방안 발표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창업회장은 최대한 내놓자는 입장이지만,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태영 측이 채권단을 무시하고 소유한 대형 방송사 인맥을 활용해 태영건설은 살리면서 사주의 경영권과 재산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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