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역행에 맞서, 2024년 '여성파업'을 제안합니다

홍희자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여성운동 위원회 활동가 2024. 1. 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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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 세계 여성파업의 물결, 이제 우리도 첫발을 떼자

2023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을 두고 한국 언론은 환호했습니다. 차별과 폭력, 저임금과 착취에서 벗어나려 한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파업은 성별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을 개선하는 힘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여성노동자들의 자리마저 삭제하려 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싸워 쟁취한 성과마저 지우려합니다. 이에 한국에서도 2024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여성파업으로 돌파하고자 합니다. 29개의 단체와 노조가 모여 2024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연재 기고 '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는 2024여성파업의 의미와 현재에 대해 말합니다.

"여성파업으로 여성 노동자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 그 중요성을 보여주자."

"일터의 유급노동과 가정에서의 무급노동에 대한 파업."

지난 해 10월 24일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이 국내 보수언론에서도 대서특필된 일을 기억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평등 지수 1위 자리를 14년 동안 유지한 나라에서 여성파업이라니, 누군가는 의아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성차별이 가장 심각한 나라에서 더욱더 여성파업은 절실한 것일 테니.

알다시피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지독한 성차별과 불평등을 지우려 한다. 이는 자본가정권과 자본가계급이 여성억압과 차별을 통해 이윤체제를 공고히 하는 당사자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우리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한국사회에서 더욱 여성노동자들의 여성파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에 가려 가정에서는 무급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거의 전담하고, 일터에서는 성별임금격차·승진차별 등을 감내하며, 사회에서는 성폭력과 여성살해 위험에 노출되는 여성노동자의 삶은 그야말로 노예와 다를 바 없다.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인 일자리의 상당수는 여성노동자 몫이다. 여성노동의 가치는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 채 가사와 임신출산과 돌봄으로 고용단절을 반복하며 여성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이 사회는 여성에게 엄마, 아내, 며느리 등의 정체성을 강요하면서도 임신중지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부당한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여성노동자는 영원히 '노예로서의 삶'을 강요받을 것이다.

▲2022년 11월 1일 여성파업조직위원회가 발족했다. 사진은 발족식 당시의 기자회견 현장 모습.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제공

왜 여성파업인가?

윤석열 정부는 성평등 예산 대폭 삭감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등 성평등 정책을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다. 여성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일련의 공격과 탄압에 맞서는 방법은 바로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여성파업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정체성 하나만으로 억압과 착취, 차별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하나로 모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여성노동자들이, 자기가 발 딛고 있는 현장에서, 같은 요구를 가지고 같은 시기에 일손을 놓고 생산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이 파업투쟁의 힘으로 거리로 나와 자본가를 향해, 세상을 향해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말하고 억압과 차별 대신 연대와 평등을 외치자. 이런 목소리가 커진다면 가사·돌봄노동에만 묶여있는 여성까지도 투쟁의 대열에 동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은 이런 투쟁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여성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 여성노동자가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진다. 유치원 교사, 간호사 등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직업군이 파업에 참여해 그 실체를 드러내자, 이들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해 왔다는 것 또한 분명해졌다. 여성노동이 왜 중요한지, 여성노동이 얼마나 열악한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만연한지 등이 파업투쟁으로 떨쳐 일어난 여성노동자를 통해 생생하게 웅변된다.

특정 직업에서 파업 투쟁을 하는 순간, 그 동안 가려져 있어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던 그 노동자들의 정체성, 즉 사회에서의 역할과 가치, 그들의 처지와 빼앗긴 권리가 물 위로 떠오른다. 여성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사회를 유지해나가는 데 가장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노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도 대우받지도 못한 채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당당히 파업투쟁으로 일어선다면, 여성노동자의 존재와 가치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바로 여기에 여성파업의 의미와 중요성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파업

아이슬란드 투쟁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슬란드의 이번 파업은 1975년 첫 여성파업 이후 48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한다. 그동안 일곱 번의 여성파업이 명맥을 유지하며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여성해방을 향한 여성노동자들의 강한 열망과 조직화를 위한 고단한 실천이 든든한 뒷배로 있다. 이렇듯 다른 여러 나라에서 여성들은 여성파업을 실제로 조직하고 성사시켰다.

스위스에서는 1991년 6월 14일을 시작으로, 매해 같은 날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전통이 있다. 스위스 여성들은 특히 2019년에 스위스 여성운동 역사에 기록될 성공적 시위로 평가받는 여성파업을 조직했다. 당시 이들은 "가부장 사회와 차별을 견딜 수 없어 파업한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파업한다"는 등의 구호를 끌어올렸다.

2016년 아르헨티나 여성파업을 보자. "우리 삶이 무가치하다면 우리 없이 생산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노동자계급의 정체성을 드러낸 여성들과 함께,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가 여성의 권리를 토론하며 직접 연대 행동을 조직했다. 파업투쟁이라는 '가장 노동자계급다운 방식'으로 말이다. 일터와 가정에서 최소 1시간 동안 노동을 중단했고 시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만 25만 명이 모였다. 파업투쟁은 학교, 병원, 공공기관, 공장, 쓰레기수거, 세탁, 식당 등 여성노동자가 일하는 많은 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2016년 폴란드에서는 임신중지법 개악에 맞서 수백만 명이 참가한 여성파업이 이뤄진 끝에 개악안이 철회됐다. 당해 10월 3일 여성파업 당일, 20만 명의 여성이 전국에서 검은 옷을 입고 거리를 점거했기에 이룰 수 있던 승리였다.

아일랜드에서는 2018년 여성들의 투쟁으로 국민투표를 성사시켜 임신중지 합법화를 쟁취한 바 있다. 2018년엔 스페인에서도 3.8 여성의 날에 2시간 파업, 24시간 파업, 집회와 행진 등 여성파업이 벌어졌다. 2018년에는 530만 명이, 2019년에는 600만 명이 여성파업에 참가했다. 학교, 병원, 버스와 공항, 철도, 공장, 콜센터, 언론사 등 여러 산업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80%가 여성파업을 지지했고, 이러한 여성파업의 힘으로 스페인 사회는 중요한 성평등 개혁 조치를 쟁취할 수 있었다.

▲2022년 11월 1일 여성파업조직위원회가 발족했다. 사진은 발족식 당시의 기자회견 현장 모습.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제공

여성파업,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의 현실 또한 다른 나라 여성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여성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OECD)로 27년째 1위다. 고용, 임금, 승진 등에서의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성폭력, 임신중지권 문제, 여성살해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평등과 폭력에 노출되는 일은 허다하다. 지난해 2인1조 근무 대신 홀로 일하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신당역 여성노동자 살해사건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얼마 전에도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편의점 알바생이 남성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여성혐오, 반페미니즘 정서 등 여성을 옭죄는 사회분위기는 점점 지배계급의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에 맞선 저항과 반대의 흐름 또한 있다. 바로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시도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를 비롯해 현재까지 모두 29개 단체가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결성하고 내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일으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해외사례처럼 대규모로 조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의 여성파업도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작은 하나의 사건, 하나의 요구로 시작해서 점점 그 규모를 넓히고 힘을 키워나가 결국 여성파업을 이룬 것이다.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여성노동자들은 파업투쟁의 최전선에서 싸워 왔다. 톨게이트, KEC,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건강보험고객센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등 여성이 다수인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그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업종과 지역을 넘어 전체 여성노동자가 함께 일어나 공동의 요구를 위해 싸우자.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일수밖에 없다'? '여성이라서 임금을 적게 주는 게 당연하다'? '여성이니까 돌봄과 가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 조신하고 고분고분해야 '여성답다'? '여성이니까 얻어맞고, 죽어도 된다'?

이런 부당한 억압과 착취에 맞서 우리도 이제 함께 싸우자. 부당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여성노동자 단결의 힘, 투쟁의 힘을 모으고 보여주자. 여성노동자의 팍팍한 삶을 돌파하고 평등한 세상, 여성해방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데 힘을 모은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3월 8일,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것으로 그 출발점을 삼자.

▲2022년 11월 1일 여성파업조직위원회가 발족했다. 사진은 발족식 당시의 기자회견 현장 모습.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제공

[홍희자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여성운동 위원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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