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심장부’ 광주 문턱 무사히 넘은 정치인 한동훈
尹대통령 광주 최측근 인사 “한동훈, 누가 뭐래도 미래 선봉장”
추위 녹인 뜨거운 환영 열기…철도-버스 타고 숨가쁜 이동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방문을 무사하게 마쳤다. 여당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첫 광주방문은 야권의 심장부에서 정치인 한동훈으로 본격 데뷔한 무대였다. 그런 만큼 한 한 위원장으로선 큰 소란 없이 마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큰 관심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여파에다 5·18민주묘지 참배 과정 등에서 숱한 선배 보수 인사들이 봉변당한 전례가 많아서다.
행사장 마다 당원·지지자 운집…모습 드러낸 '훈사모'
우려와 달리 지지자들의 뜨거운 환영 열기가 차가운 겨울 날씨를 녹였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5·18민주묘지 민주의문 광장에는 한 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들었다.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께 중앙당에서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 도착했다. 환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한 위원장은 모여든 지역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 차례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동훈 파이팅"을 외치며 악수를 요청했다. 지지자와 유튜버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경찰과 당직자들이 저지하면서 잠시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선 '한동훈 위원장님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훈사모'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지지모임 '훈사모'가 눈에 띄었다.
서남호 훈사모 전국공동대표 회장은 "1년 6개월 전에 사단법인 형태로 지지모임이 결성됐다"며 "전국적으로 3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호남지역 회원은 300여명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평온한' 5·18민주묘지 참배
인파에 떠밀리다시피 하며 민주의문에 들어선 한 위원장은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의 위대한 헌신을 존경합니다. 그 뜻을 생각하며, 동료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모탑 앞 분향대에서 헌화·분향을 마친 뒤 한 위원장은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헌법 전문 수록하라'는 현수막을 두고 5·18단체 소속 회원과 국힘 지지자가 언성을 높였으나 경찰의 중재로 이내 사그라들었다. 5·18민주묘지에서는 돌발적으로 한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한 70대 여성은 한 위원장이 5·18묘지의 무명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을 때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고함치는 등 소란을 피웠으나 곧바로 경호 인력이 제압했다. 한 위원장이 참배를 마치고 언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때 한 시민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다' 손팻말을 들고 "김건희 특검"을 외쳤으나 "한동훈"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뜨거운 열기에 파묻혔다.
지지자들의 환호 열기는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리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이어졌다. 한 위원장이 축사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자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 당원은 "어쩌면 저렇게 똑똑하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주기환 시당위원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누구 뭐라 해도 동료시민이 인정하는 미래의 선봉장"이라고 추켜세웠고, 참석한 당원들은 "한동훈""한동훈" 연호하며 호응했다. 주 시당위원장은 자타공인 윤석열 대통령의 광주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서 광주지방검찰청 수사과장, 대검찰청 검찰수사관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이 광주를 떠날 당시에도 마지막까지 술자리를 함께했고, 2014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되었을 때에도 광주에서 단둘이 만났다고 회자된다.
주 위원장이 '미래 권력'보다는 '미래 선봉장'이라는 보다 절제된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 같은 윤 대통령과의 끈끈한 친분관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대중컨벤션센터 신년인사회에서도 수백 명의 당원 등 둘러싸인 한 위원장은 지지자들의 환송 인사에 일일이 화답한 뒤 12시 10분쯤 당직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충북도당 신년인사회가 열리는 충북 청주로 떠났다.
'이재명 피습' 여파 경찰 밀착경호…동선 따라 韓 에워싼 모습도
한 위원장의 광주 방문에는 경찰 경호가 이례적으로 강화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을 계기로 주요 인사들에 대한 경호 강화 방침이 내려진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이날 한 위원장의 방문지가 민주당 텃밭인 광주라는 점에서 경찰이나 당 차원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린 한 위원장은 경찰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한 위원장이 역사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서 수십 명의 경찰에 에워싸인 모습도 언론에 포착됐다.
첫 행선지인 광주제일고 광주 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는 경찰 30여명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대열을 갖춰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이곳에서 중년 여성 3명이 "한동훈 파이팅"을 외치며 한 위원장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비켜주세요"라며 막아서기도 했다.
한 위원장의 광주 일정에는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 약 280여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이에 더해 5개 경찰서 정보과 등 경찰 인력도 경호에 나섰다.
경찰은 한 위원장을 근접 경호했으며 주요 방문지마다 수십명의 경찰이 경계 태세를 갖췄다. 빨간 마스크를 쓴 일부 당원들은 한 위원장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자원봉사로 자체 경호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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