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이젠 경찰이...“수사 인력 전문성 키워야”

김현지 기자 2024. 1. 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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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보수사 인력 증원하고 역량 강화 교육 나서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2024년 1월1일 경찰로 넘어갔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창설(1961년) 이후 63년 만이다. 앞으로 국정원은 해외정보망 등을 통해 수사 첩보를 입수, 이를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게 됐다. 입건부터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와 구속영장 신청 등은 경찰의 몫이다. 대공수사에 대한 국가적 역량 약화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공백 없는 대공수사'라는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우선 경찰 수사 인력의 전문성 문제가 거론됐다. 경찰은 대공수사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했다.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만들었다. 시·도경찰청에선 안보수사과가 대공수사를 이끈다. 경찰의 대공수사 준비가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인력 문제가 남았다. 본청, 시·도경찰청 대공수사 관련 간부급의 절반 이상이 수사 경력 3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4년 경무관 인사에서 안보수사 직렬 경무관은 '0명'이기도 했다. 경찰의 전체 안보수사 인력은 1127명인데, 이 가운데 본청 인력은 142명이다. 본청 수사 인력만 놓고 보면 국정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3년 6월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강당에서 안보수사 지휘역량 평가시험에 응시한 시·도경찰청 안보수사팀장과 책임수사관들 ⓒ연합뉴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됐다. 문 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등 '흑역사'의 국정원을 개혁한다며 그 일환으로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대공수사권-국내 보안정보 수집 폐지를 골자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는 국정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근거해 국정원은 지난해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시행령)'을 마련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은 검찰, 경찰, 해양경찰 등과의 협의회를 거쳐 정보를 경찰에 이첩한다. 경찰의 요청 등 필요한 경우엔 국정원 직원이 해당 기관에 참여할 수 있다.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한 '안보 위해자'들에 대한 추적, 정보 분석 등도 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와 출국정지 요청도 가능하다. 이러한 규정이 경찰의 대공수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직원과 소통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기도 하다.

경찰은 동시에 대공수사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일선 안보경찰 가운데 비(非)수사 부서 인원 등을 안보수사국 등에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뤄진 교육을 거쳐 투입되고 있다. 전·현직 국정원 직원 등은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센터에서 이들에게 실무교육을 하고 있다. 동시에 수사관 역량 관리를 위한 '안보수사관 자격관리제'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안보수사 5년 이상 경력자에겐 심사를 거쳐 전임 안보수사관 자격을, 7년 이상 경력자는 시험을 통해 책임 안보수사관 자격을 얻게 된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2023년 1월1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보경찰은 '순환보직' 적용하면 안 돼"

하지만 안보 공백 우려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복수의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은 처음부터 수사 직렬로 채용해 30~40년을 수사 부서에서만 근무하지만, 경찰은 순환보직이 원칙"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에서 대공수사에 전념하는 경찰이 배출될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청 소속 일반직공무원 인사관리규칙'상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순환 전보가 원칙이다. 과장급 이상 공무원의 필수보직 기간은 2년(그 외 공무원 3년)에 불과하다.

대공수사 관계자 A씨는 "대공수사의 경우 10~20년 걸리는 수사도 있는데, 경찰의 경우엔 이러한 대공수사 비중이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장기 수사로 이어지는 안보사범의 특수성을 경찰이 감당할 수 없는 미스 매치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경찰의 해외첩보 수집 역량 부족이다. 국정원과 경찰의 직무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경찰은 대공수사상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근거해 외국 정부기관과 국제협력,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 수집·치안질서 유지 등을 할 수 있다. 반면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국정원의 직무 범위는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 수집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직무 규정상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의 해외첩보를 공유, 협업하면 수사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정으로 승진하기 이전까지 안보 부서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안보경찰 인사운영규칙을 마련했다"면서 "국내 조직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맡아왔다는 점도 인정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상 사이버-경제범죄-강력범죄 등 다양한 부서의 수사 기법이 대공수사에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한 양지회(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모임) 회장은 "수사 인력의 숫자보다는 이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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