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진입한 '조각투자'…신규 기업자금 조달 창구 될까 [긱스]

허란 2024. 1. 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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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기간 붐을 일으켰던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 청약이 이뤄지면서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된 셈인데요. 미술품부터 한우, 원자재 같은 기업의 재고자산으로 청약 대상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미술품 투자 플랫폼 업체 열매컴퍼니가 발행한 국내 첫 투자계약증권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제도권에 들어온 ‘조각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초부터 미술품 조각투자 청약이 줄줄이 대기 중이며, 증권성 판단 이후 신규 옥션을 중단한 뮤직카우도 1년 8개월 만에 인기 아이돌 그룹 NCT DREAM의 곡 ‘ANL’로 옥션 재개에 나선다. 한우, 원자재 등 조각투자 청약 대상도 확대되면서 기업의 신규 운전자금 조달 창구가 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미술품 청약 줄이어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서울옥션블루가 앤디 워홀의 ‘달러사인’을 기초자산으로 7억원 규모 투자계약증권 청약에 나선다. 1주당 10만원으로 총 7000주를 모집한다. 청약기간은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로, '소투' 앱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앞서 열매컴퍼니가 발행한 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이 흥행하면서 조각투자 청약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열매컴퍼니는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2001년 작품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의 청약을 진행한 결과, 1만2320주(12억3200만원) 모집에 7만2098주(72억980억원)이 몰리면서 650.23%의 청약률을 달성했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호박(Pumpkin)’ /열매컴퍼니 제공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올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며 “환금성이 높은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작가 작품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호 상품은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묶어서 2월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순차적으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신고서 발행에 따른 행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인 투게더아트도 이달 16일 청약을 목표로 쿠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품 ‘호박’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지난달 정정 제출했다.

 한우 원자재 등 투자자산 확대

국내 첫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 열매컴퍼니가 육가공 스타트업 설로인과 손잡고 한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설로인


열매컴퍼니는 한우, 음원, 원자재 등 다른 투자 자산에 대해서도 조각 투자 청약을 준비 중이다. 올해 500억~1000억원 규모로 미술품 외에 다른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각 분야에서 상품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들과 ‘공동사업자’ 구조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며 “육가공 스타트업 설로인과 함께 한우에 공동 투자하는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한우 매수 자금을 조달하면, 설로인이 명절선물 등 수요가 폭증할 때 맞춰 한우를 확보해 육가공 상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그는 “고금리로 대규모 운전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조각투자가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이 될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 역시 투자상품 전문성을 갖춘 발행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탁수익증권 제도화가 ‘신호탄’

금융위원회가 조각 투자에 대해 증권성을 판단한 이후, 각 업체들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나 규제 샌드박스(유예제도)를 받아 ‘신탁수익증권’ 형태로 조각투자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비금전 자산의 지분을 쪼개어 투자하는 신탁수익증권과 달리, 투자계약증권은 일종의 공동 사업에 가깝다. 때문에 발행사가 해당 상품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펀블 등 부동산 조각 투자 업체들은 신탁수익증권 형태로 조각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음원 저작권료 조각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던 뮤직카우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받아 신탁수익증권 형태의 음악수익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금융감독원 심사 중이다.


증권신고서 발행 업무가 처음인 스타트업들이 단번에 금융당국의 승인받기는 쉽지 않다. 서울옥션블루와 투게더아트는 이달 금감원에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거나 다시 제출했으며, 뮤직카우 역시 금감원의 정정 요청 때문에 당초 지난해 12월 예정이었던 옥션 일정을 올해 1월로 미뤘다.

올해 비금전 자산에 대한 신탁수익증권이 자본시장법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조각 투자 발행 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제도화를 앞두고 지난달 13일 신탁수익증권 기초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신탁재산의 가치측정과 평가가 가능해야 하고, 자산의 처분 과정이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며, 단일재산으로 부동산 대출 등 불확정 사건과 연관되지 않아야 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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