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사업장 상황 다 다른데”… 태영건설 채권단, 의결권 배분 우려

산은, 의결권 배분 위한 금융채권 규모 확인
채권액 비례해 금융채권자협의회 의결권 배분
채권액 확정 위한 익스포저 산출 기준 부재
“의결권에 사업장별 보증 위험 반영 부족” 우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의 모습. /뉴스1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산업은행은 의결권 배분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신용공여액에 따라 의결권을 배분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금융회사 수가 600여개에 달하는 데다 의결권 배분 기준이 되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기준도 제대로 잡지 못하며 의결권 배분 작업을 끝맺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채권 금융사에서는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 규모가 큰 상황에서 PF 사업장별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결권을 배분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일까지 태영건설의 채권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채권 규모를 확인하는 금융채권확인서를 접수받은 뒤 추가로 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금융채권자협의회 의결권을 나누게 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금융채권자는 신고한 금융채권액에 비례해 협의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의결권 배분을 위한 금융채권액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익스포저 산출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아직 이 기준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아직 익스포저를 어떻게 나누고 이에 맞춰 의결권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직접 대출의 경우는 익스포저가 확실하지만, PF 보증의 경우 사업장별 상황이 다르다”라며 “PF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자금보충 협약이나 책임준공을 확약한 게 대부분이라 이런 것은 보증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어떤 사업장은 이제 준공해서 분양도 거의 끝나가 돈이 안 들어가고, 어떤 사업장은 이제 삽을 뜨는 상황이면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이걸 어떻게 대출 채무로 봐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주)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됐다. /뉴스1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초기부터 산업은행의 의결권 배분 작업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태영건설의 경우 채권금융회사 수가 워낙 많아 이를 추리는 과정부터 복잡하다. 태영건설에 500억원 이상의 익스포저를 가진 금융회사는 60여곳이다. 하지만 태영건설 직접 대출, 채무 보증 등을 제공한 금융회사 수는 총 609개로 늘어난다. 이 중에는 새마을금고·신협 등 단위 조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의결권 배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다 보니 일부 채권금융회사에서 직접 대출보다 PF 보증에 따른 우발채무가 많은 태영건설의 경우 의결권 배분을 금융채권 규모로만 하면 채권금융사의 실제 위험이 반영되지 못한 채 의결권이 합당하지 않게 배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PF 사업장별 위험이 다른데 금융회사가 동일 금액을 보증했다고 해서 동일한 의결권을 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파악하는 태영건설의 채무는 직접채무 1조3000억원, 이행보증 채무 5조5000억원, 연대보증 채무 9조5000억원이다. 다만,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우발채무가 2조50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PF대출 보증채무 규모가 큰 만큼 금융사들의 의견이 각기 다르다”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와 자구계획의 적합한지에 대해 판단하는 의결권도 중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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