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독립기념일 맞아 약 1만명 사면…아웅산 수지는 제외
미얀마 군부가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4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국영언론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76주년을 맞아 수감자 9652명을 사면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나라와의 관계 유지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외국인 수감자 114명을 사면한다. 이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방은 4일부터 시작돼 수일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 바깥에는 수감자가 나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약 3000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이 인세인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전해졌다. 이번에 풀려난 이들 중에는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를 비판했다가 선동 혐의 등으로 수감된 예린 전 만달레이 시장과 사진기자 등이 포함됐다.
사면 대상의 전체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이 사면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AP는 전했다. 수지 전 고문은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연이은 군부 주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총 2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수지 전 고문은 면회를 비롯해 바깥과의 접촉이 제한된 상태다.
또한 쿠데타 이후 급증한 정치범 대부분은 이번 사면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범을 변호해 온 한 변호사는 “전국에서 석방된 이들 대부분은 일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고, 단지 120명만이 정치범”이라고 AP에 밝혔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021년 2월1일 쿠데타 이후 검거된 사람은 총 2만5794명이며, 4일 현재 1만9929명이 여전히 구금 중이다. 민주화 운동가와 민간인 등 군부에 살해된 사람은 4279명에 달한다.
4일 군부는 수도 네피도에서 국기 게양식, 행진 등을 열어 독립기념일을 자축했다. 사실상 내전 중인 현 국면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부는 다만 올해 총선을 위한 인구조사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10월 말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연대해 군부에 반격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군부를 중재하려던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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