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평도 일대서 200여발 이상 사격···한국군, 4시간 후 대응 사격
탄착 지점은 NLL(북방한계선) 북방 일대
북한군이 5일 서북도서 지역에서 해안포 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주민들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군은 이날 북한의 사격 훈련을 ‘도발행위’로 규정하면서도 4시간 후 대응 사격에 나서 ‘지각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후 “북한 군은 오전 9시경부터 11시경까지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면서 “이로 인한 우리 국민과 군의 피해는 없으며 탄착 지점은 NLL(북방한계선) 북방 일대”라고 밝혔다.
합참은 “이는 지난 2023년 11월 23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9·19 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한 이후 서해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을 재개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했다. 합참은 이어 “이러한 위기 구조의 상황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군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응해상사격을 실시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가 서북도서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했다.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군의 해상사격훈련을 실시간으로 확인·점검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에 대해 군은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적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는 응징태세를 갖춰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군 당국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해상완충구역 내에서 사격한 횟수는 이번이 16번째이며 우리 군이 해상완충구역 내에 사격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안포 사격에 앞서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군이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를 발표하자 북한은 완전 파기를 선언했다.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적대적 군사 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 파기로 완충 지역이 사라지면서 남북간 긴장 고조는 예견됐다. 이날 주민대피령이 두 차례 내려진 연평도는 백령도·대청도·소청도·우도와 함께 군사적 긴장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핵무력까지 동원해 남한 영토를 점령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북한군 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언제든지 무력충돌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날 북한의 사격훈련과 한국군의 대응해상훈련 등 ‘대응’과 ‘맞대응’으로 이어지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북한은 ‘인민군 총참모부 보도문’을 통해 이번 해상사격훈련이 “대규모적인 포사격 및 기동훈련을 벌려놓은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의 군사행동에 대한 우리 군대의 당연한 대응행동조치”라면서 “정세격화의 책임따위를 운운하는 부질없는 짓을 걷어치우고 스스로 화를 자초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육군 포병 부대와 기계화 부대들은 지난 2일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전역에 걸쳐 포탄 사격과 기동 훈련을 실시한 것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면서 “적들이 소위 대응이라는 구실밑에 도발로 될수 있는 행동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대는 전례없는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보여줄 것”이라며 “민족,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의 인식에서 삭제되였다”고 위협했다.
이날 한국의 대응해상사격이 적절한 대응 수위였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19 군사합의 이전에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안 한 것도 아니고 NLL 이남으로 넘어온 것도 아닌 상황에서 ‘도발’이라고 하며 우리 군이 계획에도 없던 해상사격을 하는 것이 과연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상적 대응일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신 장관은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부터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면서 ‘즉·강·끝’ 원칙을 시종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이날 군은 북한의 사격을 “도발행위”라고 규정했음에도 4시간이 지난 후에야 대응 사격을 실시해 ‘즉각’이 아닌 ‘지각’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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