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조금씩만"…저혈당 70대 쓰러지자 '설탕물' 먹인 경찰

지난달 20일 오후 저혈당으로 한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경찰관들이 설탕물을 먹이며 응급조치하고 있다. /사진=대전경찰청 유튜브 갈무리

저혈당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70대 노인에게 설탕물을 먹여 구조한 출동 경찰관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전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오후 2시56분쯤 대전 유성구 한 아파트에서 "술 취한 사람이 계란을 깨트리고 자려고 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유성경찰서 진잠파출소 소속 박성인 경감과 한상훈 경위는 현장에 출동해 아파트 9층에서 외벽을 잡고 서 있는 노인 A씨(74)를 발견했다.

경찰이 A씨의 주거지를 확인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기 위해 A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내리던 순간 A씨가 쓰러졌다.

이들이 응급조치를 실시하던 중 A씨를 찾아 단지 내를 뛰어다니던 보호자가 나타났다. 보호자는 A씨가 저혈당 환자라고 했다. 경찰은 A씨를 집 안으로 데려가 눕히고 설탕물을 약 10여분 동안 천천히 먹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조금만 넘기세요. 뱉지 마시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아야 한다"며 직접 A씨에게 숟가락으로 설탕물을 먹였다.

이후 A씨는 구급차로 후송됐다. 이동 과정에서 전반적인 치료와 혈관 포도당 주입 등을 통해 의식을 회복한 A씨는 무사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서 있어 혈관이 수축해 혈관 포도당 주입이 이뤄지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경찰관들이 신속하게 설탕물을 먹여 의식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