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 쓰던 아내, 얼굴도 못 보고 떠나보낸 아들…지진이 데려간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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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県)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닷새가 흘렀다.
구명 확률이 급감하는 '72시간' 골든타임 종료로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구조 현장에선 희비가 오가고 있다.
4일 오후 구조대가 무너진 집채 속에서 의식을 잃은 아내를 빼냈지만, 이내 숨졌다.
지난 3일 현이 공개한 연락 두절자 명단에서 자식의 이름을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아버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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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골든타임 지나 생존한 사례도 있어…희비 교차하는 구조현장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県)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닷새가 흘렀다. 구명 확률이 급감하는 '72시간' 골든타임 종료로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구조 현장에선 희비가 오가고 있다.
진도 6강(强)의 흔들림이 관측되고 쓰나미 피해까지 입은 스즈시(市). 야치 노리아키(79)는 끝내 아내 에쓰코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탁상형 난방기구인 고타쓰에서 새해 첫날 맞이 연하장을 써내려 가던 아내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화장실에 서 있던 야치는 흔들림을 감지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4일 오후 구조대가 무너진 집채 속에서 의식을 잃은 아내를 빼냈지만, 이내 숨졌다.
야치는 아사히신문에 아내가 정년까지 스즈시청 직원으로 일했다며 "성실하고 건강하게, 아내를 중심으로 지냈던 생활은 행복했다"며 "이런 일로 가다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수색이 종료될 때까지 그는 집 앞에 가만히 서서 눈물을 꾹 참았다.
후쿠야마시에서는 4일 시립중학교에 다니던 1학년 학생(13)의 사망이 확인됐다. 부모, 형 등 가족들과 외가댁에서 점심을 먹고 1층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강력한 진동이 그를 덮쳤다.
학생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집밖으로 빠져나와 장남을 먼저 구했다. 1층에서 신음하는 막내를 발견하고는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버지는 요미우리신문에 "구조하는 도중에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밖으로 꺼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의 증조부모도 슬픔에 잠긴 채 세뱃돈을 받고 웃던 모습, 활기차게 뛰어나가던 모습을 떠올렸다.
후쿠야마시 교육위원회는 지난 2일 각 학교에 학생의 안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결과 4일 기준 초·중학생 230여 명이 연락 두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여행 중 학교에서 온 이메일을 읽지 않는 경우도 있어 모두가 지진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학교 측에서 재차 연락 중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현이 공개한 연락 두절자 명단에서 자식의 이름을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아버지도 있었다. 8년 전 이혼으로 한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아들이었다.
한 30대 남성은 "놀랐지만 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가 없어서. 참지 못하고 직장에서 뛰쳐나왔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아들의 마지막 행적지는 아나미즈정 가와시마의 주택. 집 뒤편의 토사가 무너지며 건물 4채 위로 쏟아졌다. 그중 2채에 거주하던 주민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은 "현장을 눈앞에 두고 충격이었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좀 더 빨리 대응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애달프다"고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서 말했다.
생존자들의 생사를 알 수 없이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가운데, 구조대원들은 악천후와 싸우며 여진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4일 오후 4시30분쯤, 생존 골든타임을 지나 와지마시에서 80대 여성이 구출된 사례도 있다.
소방 당국이 기록한 영상에는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요" 등의 말을 거는 대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목숨을 건진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발견 당시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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