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물선으로 날아와 “쾅”, 육지서 바다로 쏘는 ‘군함 킬러’ 나왔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1. 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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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떠 있는 함정과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새로운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지상에서 쏘는 탄도미사일이 그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 독일이 V-2 로켓으로 영국을 공습한 이래 탄도미사일은 1차 걸프전처럼 전쟁에서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미사일에 쓰이는 정밀 유도 및 탐색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상 표적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대함탄도미사일(ASBM) 위협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반면 일부 함정을 제외한 군함과 대부분의 민간 선박은 대함탄도미사일 위협을 저지할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형태로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란이 개발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홍해에 탄도미사일 쏘는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홍해로 번지고 있다. 

예멘 북부를 장악한 후티 반군은 하마스에 호응, 홍해를 오가는 선박에 대함탄도미사일을 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컨테이너선 MSC 유나이티드 8호를 공격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홍해 남부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 12대, 대함탄도미사일 3발, 순항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대함탄도미사일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반군은 같은달 24일에도 홍해 남부의 국제 항로에 대함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아덴만에서 나포됐던 유조선 센트럴파크호를 미 해군이 구조하는 과정에서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지역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공격이 발생했다.

후티 반군이 사용한 미사일의 정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란에서 만들어진 것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예전부터 후티 반군을 정치·군사적으로 후원하면서 드론과 중화기 등의 무기를 공급해왔다. 

이란은 걸프만에 대한 미 해군의 접근을 거부하기 위해 대함탄도미사일에 주목했다.

지난 2011~2014년 사거리 300㎞의 대함탄도미사일 칼리즈 파스(Khalij Fars), 호르무즈(Hormuz)-2를 개발했다. 후티 반군은 2022년 칼리즈 파스와 유사한 아시프(Aasif) 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다. 

호르무즈-2는 군함의 레이더 신호를 추적해서 공격하는 미사일이다. 다만 상대방이 전자전을 감행하면,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멘 후티 반군 요원들이 탄도미사일을 실은 차량 위에 서 있다. 게티이미지
이란은 2020년에는 최대사거리가 7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졸파가르 에 바시르(Zolfaghar-e Basir) 대함탄도미사일을 만들기도 했다.

대함탄도미사일은 각국 해군이 수십여년 동안 구축한 방어체계의 ‘빈틈’을 찌른다. 

그동안 해군 함정들은 대함 순항미사일과 항공기 공격을 저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필요한 레이더와 전투체계, 함대공 미사일 등의 성능도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그 결과 음속보다 느리고 낮은 고도로 날아가는 대함 순항미사일이 함정의 방어체계를 뚫을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대함 순항미사일보다 탄두중량이 크다. 발사 직후 대기권을 벗어나서 매우 빠른 속도로 낙하한다. 파괴력도 그만큼 크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정확도도 표적으로부터 수m 이내에 미사일이 낙하할 정도로 향상됐다.

하지만 운용은 일반적인 미사일보다 까다롭다. 지상에서 쏘는 탄도미사일은 지상에 있는 군사기지나 대형 건물 등을 공격하는데 쓰인다.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지상의 군사기지보다 훨씬 작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특히 군함은 30노트(시속 56㎞)가 훨씬 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선박의 위치를 찾고 움직임을 예측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미사일 부대에 전달해야 한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표적까지 정밀하게 유도해야 한다. 

고도의 데이터 송수신 기능과 정밀 유도·탐색·추적 능력, 감시정찰 자산을 각각 확보하고 이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킬 체인을 완전히 구축해야 대함탄도미사일이 실질적인 타격력을 발휘할 수 있다. 

최종 돌입 단계에선 미사일에 장착된 탐색기가 표적을 포착한다고 해도, 중간 유도 단계까지는 사전에 입력된 정보와 더불어 일정 범위에선 비행경로를 바꾸는 기술도 갖춰야 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운용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공중으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요소들은 상당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구축이 어렵다. 후티 반군이 쏜 대함탄도미사일이 실제로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함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탐색기가 표적을 탐지하는 방법도 문제다. 레이더 전파를 통해 탐지하는 것은 표적 대상이 전자전을 감행하면 무력화된다. 

지상으로 쏜 레이더파가 되돌아오는 특성을 통해 탐지하는 것은 탐색기가 표적과 파도를 구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선박의 열을 추적하는 방법도 있다. 선박은 차가운 바다와 뚜렷하게 대조되는 열을 방출한다. 

다만 이같은 기술을 완전하게 확보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하지만 탄도미사일로 군함을 공격한다는 개념 자체는 해상 전투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있다. 

화약이나 소총 등 전쟁의 판도를 바꿨던 수많은 군사기술도 초기에는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 

대함탄도미사일도 관련 기술이 더 발달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개선된다면 쓰임새가 확대되고 실질적인 위력도 강해질 수 있다. 

파괴력이 강한 탄도미사일이 낙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추지 못한 민간 선박이나 군함에게는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군의 DF-26 대함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한국, 대응책 있나

한반도도 대함탄도미사일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중국은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의 접근을 저지하고자 DF-21·26 대함탄도미사일을 배치했다. 정찰위성과 조기경보통제기, 장거리 레이더 등을 갖춘 중국은 대함탄도미사일을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1년 미 상업위성이 촬영해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중국이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 뤄창 지역에 건설된 미사일 시험장에 미 해군 핵항모와 구축함 모형을 설치한 모습도 포착됐다. 대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표적용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북한도 2017년 4월 스커드를 대함탄도미사일로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올렸지만, 먼 마다를 항해하는 군함을 실시간 추적해서 공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함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KN-17 미사일이 행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위치 정보가 드러나는 민간 대형선박의 경우 해상교통로를 교란하면서 공포를 극대화하고자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국은 2020년대 중반부터 전력화할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 미국산 SM-6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한다. SM-6는 항공기와 미사일 파괴가 가능한 요격무기다. 기존에 운용중인 세종대왕급 이지스함도 성능개량을 거치면 탄도미사일 요격 작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2030년대 해군의 핵심 전력인 한국형구축함(KDDX)도 국산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Ⅱ를 해상형으로 개조한 요격무기를 탑재,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함정들은 대함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접근을 감지한 직후 최고 속도로 항해해 위험 해역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지만, 탐지 후 낙하에 이르는 시간이 매우 짧을 경우에는 회피가 쉽지 않다. 
한국 해군 구축함에서 SM-2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해군 제공
대함탄도미사일에 전자전을 시도, 미사일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할 수도 있다. 다만 미사일에 전자전 대책이 적용되어 있다면 효과가 떨어진다. 

중국이 대함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고, 북한도 실전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국도 발사 원점 타격을 포함해 더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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