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에 용산은 왜 이럴까…거부'권' 아닌 '의무'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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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1.05.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5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연초부터 정국 블랙홀이 된 소위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예고된 대로 5일 즉각 재의를 요구했다. 전날 오후 국회에서 정부로 법안이 이송되자 이날 오전 9시 국무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이어서 곧바로 대통령이 재가했다.

이날 오전 9시35분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이 아닌 이례적으로 이관섭 비서실장이 직접 대통령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재의 요구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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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헌법 제66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무'로 재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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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은 대통령의 '의무'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재의 요구권, 이른바 '거부권'이라고 흔히 부르는 헌법상 보장(헌법 제53조)된 이 제도를 대통령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로 봤다. 삼권분립의 원리 아래 입법부 견제를 위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라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라기보다 헌법 체제 수호를 위해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법안을 막아야 하는 대통령의 의무(헌법 제66조 2항)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안들이 진실규명이 아닌 '총선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실장은 "총선 기간에 친야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며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 수사, 수사 검사에 대한 망신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특검 대상조차 안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실장은 "도이치모터스 특검 또한 12년 전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과)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 법안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특검 취지가 권력형 비리를 기존 사법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장치인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력형 비리와도 거리가 멀고 이미 수사가 이뤄진 사안이라는 뜻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1.05.

그러면서 거듭 '의무'를 강조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만약에 이러한 입법이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면 인권과 헌법 가치는 다수당의 전횡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법안을 거부할 권리를 행사한 게 아니라 악법을 막아야 할 의무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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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용산…국회 통과→'재의 요구' 예고, 정부 이송→즉각 재가·비서실장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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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의 기류는 일찌감치 매우 강경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안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처리로 통과되자마자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이도운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양곡법이나 간호법, 방송법·노동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재의 요구를 할 때 각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만큼 단호했다. 이날 이 실장이 밝힌 대로 대통령실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철저히 용선용으로 기획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최장 240일(8개월)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울 때부터 12월 강행 처리 이후 총선 정국 쟁점화를 노리고 시간표를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에 상당한 분노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된 사람들의 인권 유린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총선을 위해 특검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로 판단하고 격노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이 무엇보다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를 내세운 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법치주의를 지켜야 하는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이번 특검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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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설득이 관건…총선 정국 '제1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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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국민 여론이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대표조차 이날 "거부권이 방탄권이 아니다"고 공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재의 요구된 법안의 재의결 시점이 법에 명시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표결을 계속 미루면서 공세를 이어나갈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 행사가 정당한지 따지는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총선 정국 내내 '거부 프레임'을 여권에 씌우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아니라 헌법을 지키기 위한 재의 요구 '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을 진정성 있게 설득할 수 있느냐에 여론의 향방이 달렸다. 이날 이 실장이 "국민 대다수가 좋다고 생각하시면 검토하겠다"며 대통령 배우자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부활 등 추가 조치를 시사한 것도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에도 가장 큰 숙제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