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점포 매출 역성장 갤러리아의 굴욕… 김동선 경영능력 물음표
명품 특화에 한계… 포트폴리오 다양화 실패
김동선, 신사업 카드 내밀었지만 본업 경영능력은 의문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의 점포 매출이 지난해 모두 역성장했다.
신세계 강남과 롯데 잠실 등 경쟁 백화점의 주요 점포들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갤러리아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사업 이익이 아직 미미한 수준인데, 본업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7.0%)과 타임월드점(-8.1%), 광교점(-6.5%), 센터시티(-0.9%), 진주점(-4.9%) 등 모든 점포의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간판 점포인 압구정 명품관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7% 감소한 1조1406억원을 기록하면서, 백화점 매출 10위 점포 자리를 신세계 본점에 내주게 됐다.
명품 소비가 주춤해진 가운데 명품을 주력으로 하는 갤러리아의 매출 하락 폭이 제일 컸던 셈이다. 갤러리아의 명품 매출 비중은 40%에 달해 주요 백화점 3사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갤러리아가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와 현대가 영·K패션에 집중하고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을 특화하고 있다면, 갤러리아는 여전히 ‘명품’의 한계에 혀있다는 평가다. 포트폴리오를 넓히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전 타임월드점과 경기 광교점은 각각 신세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과 스타필드 수원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4대 백화점 중 유일한 매출 역성장에 지난해부터 조직을 진두지휘해 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본업에서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한화솔루션의 지원 하에 면세점 사업에 대한 부채를 덜어낸 한화갤러리아는 분할과 상장을 시작으로 신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와 더불어 김동선 부사장의 3세 경영권 승계 작업도 본격화했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과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에 이어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 담당을 겸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달 1일 자로는 (주)한화 건설 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지속해서 매입하며, 본격적인 경영 지배력 확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부사장이 추진한 대표적인 신사업은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출범이다. 파이브가이즈는 출시하자마자 국내 소비자에게 눈 도장을 확실히 찍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전체 수익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에 따르면 당사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은 36억 원 규모다.
식음료(F&B) 사업 확장을 위해 이베리코나 와인 등 수입에도 나섰지만, 이를 통한 뚜렷한 성과는 없다.
그러는 사이 본업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200억원, 영업이익 20억원, 당기순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4% 줄었다. 이는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보다 매출 하락 폭이 컸다.
실적 부진에 지난해 재상장한 한화갤러리아 주가도 1000원대로 상장가 반토막 수준의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나마 최근 김 부사장의 연이은 자사주 매입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역시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실적과 주가 부진은 곧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다. 주요 매장 콘텐츠를 강화하고, MD를 개선하고 VIP 집중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공간 조성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4월 명품관과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신사동 부지와 건물을 895억 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2024년 백화점 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깊어진 부진의 골이 올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2024년까지 국내 소비의 빙하기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 2년간 보복 소비로 늘어난 사치재 소비가 당분간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면 백화점 업계의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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