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3연임 불발…차기 수장은 누구?
최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후임 뽑는 구조…KT 사례가 반면교사 될까
(시사저널=조해수·공성윤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포스코홀딩스는 1월3일 제4차 회장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회의를 열어 '평판 조회 대상자'로 8명을 선정했고, 여기에 최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2023년 12월 기준 6.71%)이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사실상 반대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윤 대통령이 참석해온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최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참석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시 경제사절단에도 최 회장은 매번 빠졌다. '재개 5위'인 포스코그룹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차기 회장 선출에 실제로 제동을 걸었던 'KT 사례'를 거론하면서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추위를 겨냥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은연·이영훈·조청명·전중선·김학동·한성희·정탁·최중경 등 물망
후추위 7명(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준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 권태균 전 조달청장,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손성규 연세대 교수,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들 사외이사는 최정우 회장 재임 중 선임됐거나 연임됐다. 이 때문에 후추위가 최 회장의 3연임을 용인하거나 최 회장이 '찜'한 인물을 차기 회장에 선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발언은 이를 경계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28일 물러나자마자 국민연금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상 포스코 전직),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상 현직), 그리고 포스코와 무관한 외부 인사로 최중경 전 산업부 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시사저널의 2022년 10월13일자 기사로 촉발된 배임 혐의가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공식적인 관용차 외에 또 다른 회사차를 사용하면서 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9년부터 공식 관용차 외에 회사차 '제네시스 G90' 차량이 최 회장 자택에 항상 주차돼 있었고, 이를 포스코 임직원이 아닌 최 회장 가족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 중 회사차를 2대 사용한 경우는 없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용 기간과 리스료 등을 감안했을 때 1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9월20일 최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가 주목된다.
이 밖에 포스코 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등은 2021년 3월 '포스코 자사주 매입' 의혹과 관련해 최정우 회장을 자금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임종백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8일 최 회장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최 회장 등이 지난해 8월5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해외이사회를 명목으로 골프관광을 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업무상 배임)이다. 특히, 이때가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중이었던 점이 지적을 받았다. 최 회장은 재작년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 국내에서 골프를 쳤다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최 회장, 시가총액 90조원 시대 열어" vs "배임ㆍ자본시장법 위반 논란"
2018년 7월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2024년 3월을 마지막으로 6년간의 임기가 끝난다.
최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021년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3월에는 포스코그룹이 창립 54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때 약 37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90조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약 4조9000억원) 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최정우 회장의 연봉은 해가 갈수록 증액됐다.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21년 보수로 18억2900만원(급여 9억100만원, 상여 9억2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00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던 것이 2022년 28억9300만원(급여 10억300만원, 상여 18억8200만원, 기타 근로소득 800만원)으로 늘어났고, 2023년에는 상반기에만 23억8000만원(급여 5억1800만원, 상여 18억6200만원)을 받았다. 하반기까지 포함할 경우 2023년 보수는 4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사정을 잘 아는 한 핵심 관계자는 "최 회장의 전임인 권오준 전 회장의 마지막 해 보수는 20억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 최 회장의 보수가 6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3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용광로) 인근 부생가스 배관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화재는 2고로 주변 선강 지역(철광석 등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공정 지역) 케이블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정전으로 고로를 포함한 일부 생산설비 가동이 중단됐다. 재작년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 당시에 이어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만 고로 중단이 두번이나 일어났다.
한편, 후추위는 외부 후보에 대한 평판조회 결과까지 취합해 1월17일 20∼30명 규모의 '롱리스트'를 확정하고 후보추천자문단의 의견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후추위는 1월말 후보군을 5명 내외로 좁힌 '숏리스트'를 만들고, 2월에는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최종 후보는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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