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명동 빠져나가는데 1시간"… '퇴근지옥'된 명동 [이슈+]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31)씨는 지난 3일 퇴근길에 진정한 ‘퇴근지옥’을 경험했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오후 6시15분쯤 광역버스를 탔는데, 명동을 빠져나가 남산터널을 지나는 데 1시간 25분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앞으로 조금씩 가는 것도 아니고 명동 쪽에서 아예 정차한 채로 40분 넘게 서있어서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원래 막히는 시간인 건 알지만 명동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출퇴근시간 조정이 가능한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앞으로는 막히는 시간엔 절대 퇴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지하철은 앉아서 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차악인 광역버스를 탈 예정”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2호선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 앞에 있는 명동입구 정류장에 노선표시 안내판이 설치됐다. 45m 남짓한 짧은 거리에 29개 버스노선이 서야할 곳을 지정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노선표시 안내판 설치는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갖고 왔다. 29개 광역버스가 자신의 안내판 앞에 멈춰 승객을 승하차시켜야하다 보니 좁은 공간에 버스가 계속 몰리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전날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살펴본 명동입구 정류장의 모습은 정체의 연속이었다. 5시30분부터 7시까진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보행길이 꽉 차면서 양방행 통행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정류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지인에게 “여기 원래 이랬냐”, “이거 무슨 줄이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명동입구 정류장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이희진 기자 |
M5107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이모(36)씨는 “노선표시 안내판이 설치된 뒤로 체감상 정체가 더 심해졌다”며 “원래 6시에 퇴근해서 6시15분이면 버스를 탔는데 지난주부터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가 제일 끝 정류장이다 보니 앞에 버스들이 승객을 태우는 걸 다 기다렸다가 타야한다”며 “애플리케이션으로 버스 위치를 보면 남대문 쪽에 4대가 한 번에 막혀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명동입구 노선 등 일부 노선의 정차 위치를 이달 중 변경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명동입구 정류소를 운행하는 광역버스가 만차까지 대기했다가 출발하는 등 정체를 유발하는 문제 개선을 위해 현장 계도요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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