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핫플’ 뜬다더니… 4년째 잡초만 무성

김영주 기자 2024. 1. 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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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 130여 조 원 중 최대 50% 이상이 이미 부실 상태에 빠져 있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문화일보가 서울 곳곳의 주요 PF 현장을 점검한 결과, 공사가 중단된 채 잡초만 무성한 곳이 수두룩했다.

이 외에도 서울 곳곳의 알짜 부지에서 PF 위기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되지 못하고 방치된 현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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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F 위기에 중단 마곡현장 르포
태영건설 성수동 개발도 공터로
방배동 아파트 공사 절반서 멈춰
PF채무 이행 청구 올해 집중돼
제2의 태영건설 속출할 가능성
멈춰선 개발 서울 강서구 마곡동 764 ‘마곡 서울식물원 서측 명소화 부지’가 4년째 잡초만 무성한 채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2021년 우미건설 컨소시엄은 이 부지를 ‘마곡 카페거리’ 등 MZ세대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김영주 기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 130여 조 원 중 최대 50% 이상이 이미 부실 상태에 빠져 있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문화일보가 서울 곳곳의 주요 PF 현장을 점검한 결과, 공사가 중단된 채 잡초만 무성한 곳이 수두룩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한창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 우미건설 컨소시엄은 ‘마곡 서울식물원 서측 명소화 부지’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1만1629㎡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알짜 대지에 상업시설, 업무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을 지어 ‘핫스폿’으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이었다. 토지비 1822억 원에 건축비 4354억 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시행 계획이었지만, 4년째 공회전 중이다. 지난 3일 기자가 직접 방문한 현장은 펜스도 제대로 쳐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시행사 측은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PF 정상화 조정지에 포함됐으니 사업성이 조금은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서울 곳곳의 알짜 부지에서 PF 위기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되지 못하고 방치된 현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2020년 매수해 시행에 직접 나섰던 대지면적 3834㎡의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부지도 도심 한복판에 을씨년스러운 공터로 남아 있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이 사업을 위해 조달한 400억 원 규모의 PF 브리지론을 상환하지 못해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도 50% 가까이 진행된 상태에서 지난해 6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사가 PF 대출 연장에 실패해 공사 중인 건물이 공매로 나왔다. 유찰을 거듭한 끝에 최저낙찰가가 최초 감정가 617억 원에서 364억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PF 위기에 따른 공사 중단과 미착공, 미분양 건설 현장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5일 건산연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PF 사업장이 올해 준공 기한을 맞게 되고 PF 채무 이행 청구도 올해 집중될 전망이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만으로는 금융권이 적지 않은 손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도산과 더불어 연중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2023년 6월 기준 133조1000억 원인 전체 PF 대출잔액 중 부실 가능 규모를 최대 약 70조 원으로 추산했다.

건설 경기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제2의 태영건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신세계건설과 동부건설을 거론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나증권 보고서는 롯데건설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1분기 만기 도래 미착공 PF 3조2000억 원 중 2조4000억 원은 1월 중에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나머지는 1분기 안에 본 PF 전환 등을 통해 우발채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PF 우발채무가 28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4분기 기준 3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영주·김성훈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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