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긴장 높인 이란테러… IS “우리가 배후”

■ 중동 ‘갈등의 불씨’ 여전
솔레이마니 추모식 폭발 관련해
IS “군중 속 폭탄조끼 입어” 주장
미, 이란 미군기지 공격에 보복
이라크 내 ‘민병대지도자’ 제거
이라크 “부당한 주권침해” 반발

인파 몰린‘하마스 서열 3위’ 장례식…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하마스 서열 3위 살레 알 아루리의 장례식에서 시민들이 그의 시신이 담긴 관을 옮기고 있다. 알 아루리는 지난 2일 베이루트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에 머물다 이스라엘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AFP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지난 3일 발생한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4주기 추모식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며 날을 세우던 상황에 IS의 테러로 드러나면서 확전 우려는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지도자를 드론 공격으로 사살하는 등 곳곳에서 폭력 상황이 이어져 확전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는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IS 대원 두 명이 추모식에 모인 군중 속에서 폭발물 조끼를 입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건 직후 이란에서는 원격 조종 폭발물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으나, 이날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폭발의 충격으로 크게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자살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IS는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하고 있어 ‘시아파 맹주’ 이란에 적대적이며, 이란을 상대로 한 테러를 수차례 벌여 왔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이 정면충돌할 뻔한 상황은 가셨지만 또 다른 불똥이 이라크로 튀는 분위기다. 이날 미군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에 드론 공격을 가해 친이란 민병대 지도자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 등 4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 세력의 미군 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라크 총리실은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하마스 서열 3위 살레 알 아루리의 장례식에서도 수천 명이 참석해 반이스라엘 분위기가 고조됐다. 같은 날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무인수상정을 이용해 민간 선박을 위협했다.

여전한 긴장 속에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날부터 11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및 서안지구, 이집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역내 국가들의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전술 전환을 발표하며 가자 전쟁 축소를 공식화했다.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작전상 필요에 따른 맞춤형 작전을 펼치고 남부에서는 하마스 지도부 제거와 인질 석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