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마크롱의 ‘정치교체’[이용식의 시론]
2017년 프랑스 기성정치 청산
좌우 안 가리고 좋은 정책 채택
운동권 특권정치 척결 닮은꼴
총선 압승-참패 선명히 갈릴 것
미래 지향 vs 과거 집착 대결 땐
한동훈이 이기고 ‘686’은 진다
3개월 뒤 총선은 엇비슷 아닌 압승-완패로 결판날 가능성이 크다. 양측 콘크리트 지지층 규모는 비슷하다. 전국 판세를 결정지을 수도권에서 지역·이념 등 전통적 대결 구도는 흐려지고, 정당별 우열이 뚜렷했던 많은 선거구에서는 정치적 평준화 조짐이 나타난다. 영호남 출향민 표심과 현지 표심의 디커플링도 확대일로다. 따라서 중도층 3∼5% 표심이 대다수 선거구에서 특정 정당으로 의석을 몰아주게 된다. 이미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엔 더 선명해질 것이다.
판세를 가를 회색 지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정치개혁이다. 정치의 양극화·저질화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은 혜성처럼 등판했다. 지천명(知天命) 나이이긴 하지만, 지도자로선 새파란 젊은이에 가깝다. 그럼에도 빈틈없는 정무 감각과 판단력, 탁월한 정치 언어 능력까지 겸비했다. 다만, 정치는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일이어서 ‘스마트 정치’가 지속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한동훈이 제시한 목표가 있다.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과 운동권 정치의 대결이 이번 총선의 최전선이 됐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간부 등 운동권 인사의 진출은 김대중의 정계 복귀 이후인 1996년 제15대 총선 때 시작돼 2000년 16대 총선 때 급증했고, 노무현 탄핵소추 와중의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점에 달했다. 주요 인사 상당수가 1964년생이니 한동훈 말대로 이제 ‘686’이다.
가장 큰 폐해는, 기득권 세대가 된 지금도 40년 전 학생운동 시절 이념과 독선에 빠져 정치는 물론 국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장악하고,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닌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가 됐다는 연구 결과도 출간됐다.(이철승 ‘불평등의 세대’) 저자가 ‘추종세대’라고 부른 40대 후반∼50대 초반 세대는, 민주화 과실을 독점하는 686의 그늘에 가려 정치뿐만 아니라 노동계, 기업 등 각계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야권 내부에서도 퇴진 요구가 나온다. 추종세대인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신과의 공천 내전도 같은 맥락이다.
한동훈은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정치 혁명을 이뤄내고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과 닮았다. 당시 39세의 신인 마크롱에 의해 프랑스 양대 정당은 몰락하고, 정치 거물은 모두 퇴장했다. 두 사람 모두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천재 소리를 들으며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장관으로 재직하며 국정 역량을 입증했다. 마크롱은 정치운동 단체 ‘앙 마르슈(전진)’를 만들어 대선에서 이겼다. 마크롱은 저서 ‘혁명’을 통해 “반대 아닌 찬성을 추구한다”는 긍정의 정치를 내걸었다.
한동훈도 야당과의 이전투구 대신 정책 제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번 결심하면 좌고우면 않고 모든 에너지를 퍼붓는 뚝심도, 충분히 내부 토론을 하되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는 습관도 비슷하다. 이민자 문제 등 국정 관심사도 겹친다. 마크롱은 좌·우파 장점을 모두 흡수하고, 공천에서는 절반을 여성, 절반을 정치 신인을 발탁하는 파격으로 정치판 자체를 바꿨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은 ‘일하지 않는 유럽의 병자’ 프랑스를 다시 유럽의 중심 강국으로 만들고 있다. 연금개혁을 위해 의회 패싱(헌법 제49조 3항)도 불사했다.
한동훈의 정치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곧 시작될 총선 공천이 한동훈식 정치교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마크롱은 자신을 장관에 기용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도 결별했다. 한동훈과 윤석열 대통령 관계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면 안팎으로부터의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 마크롱은 24세 연상 부인을 둘러싼 온갖 음해에 시달렸지만, 진정성과 투명성을 무기로 극복했다. 한동훈도 젊음의 장점을 활용하고, 젊음의 약점인 실수를 줄인다면, 이재명과 686 연합과의 대결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미래 지향 세력과 과거 집착 세력의 승부는 뻔하다. 명분도 여론도 시간도, 무엇보다 시대정신도 한동훈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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